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전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70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다”며 “중앙과 지방이 하나 된 국민주권정부를 완성하고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말했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김병주·한준호 의원도 함께 사퇴했다.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거나 공식화한 건 전 의원(서울 중-성동갑·3선)을 비롯해 지난달 26일 출사표를 던진 박홍근(서울 중랑을·4선) 의원, 서영교(서울 중랑갑·4선)·박주민(서울 은평갑·3선) 의원 등이다. 이 밖에 김영배(서울 성북갑·재선) 의원과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출마 의향을 드러낸 상태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다양한 후보가 손을 들고 있는 덕에 민주당 경선의 역동성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에게 내년 서울시장 선거 전망을 묻자 “어디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 같은 사람 없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자천타천 10명 안팎의 후보가 난립해 있는데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다. 출마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이들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당내 여론이 적잖은 탓에 시선은 여의도 바깥으로도 흐르고 있다.
출마 의사를 드러낸 주자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선두권을 지켜온 건 박주민 의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박 의원은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활약하며 쌓은 높은 인지도와 일부 강성 당원들의 지지가 강점이다. 지난 9월 이후 일곱 차례에 걸친 적합도·경쟁력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은 10.0~13.1% 사이를 오가며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박 의원을 역전하면서 다크 호스로 부상했다. 정 구청장은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1~2일 서울 거주 유권자 801명에게 무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벌인 진보·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3.0%를 기록해 박 의원(10.0%)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정 구청장은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한강벨트에서 2018년 이후 3연임에 성공한 ‘실용주의 행정가’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오찬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아 주목받았다.
같은 조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8.0%)-조국 조국혁신당 대표(7.3%)-박용진 전 의원(7.1%)-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6.1%)-서영교 의원(4.8%)-전현희 의원(3.9%) 등이 뒤를 이었다.
선두그룹을 포함해 당내 주자 중 지지율이 15%를 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일찌감치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차출론이 제기된 건 그래서다.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드러낸 적이 없음에도 두 사람은 일대일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과 호각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서울시장 문제에 별로 생각이 없다”(김민석)고 말하거나 아랍에미리트(UAE) 전략경제협력 특사 등 대외활동에 전념(강훈식)하며 출마설이 잦아들었으나 최근 재부상하는 기류다. 김 총리의 경우 최근 한강버스, 종묘 인근 개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 등 오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받았다.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공천장의 향방은 당성(黨性)이나 이념보다는 본선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 격차로 보면 서울(5.6%포인트)은 경기(14.3%포인트)·인천(13.2%포인트)과 비교해 민주당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지역이다, 게다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한강벨트(마포·영등포·동작·용산·성동·광진·강동구)는 물론 민주당의 아성(牙城)과 같은 노원·강북·도봉구 등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민심 이반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막판에는 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당심과 민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후보군에 속한 다수가 너도나도 오세훈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