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비출산 흐름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의 구조적 부담 해소와 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했습니다.”
9년 전 대구 달서구청 6층에 ‘결혼장려팀’이 들어선 배경이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016년 취임 직후 결혼장려팀을 만들고 3선 임기 동안 다양한 정책 추진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달서구의 주선으로 만난 200번째 성혼 커플이 탄생했다.
이 청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쌍 성혼은 결혼장려사업 초기 ‘구청이 무슨 중매냐’는 냉소와 비판을 극복하고 흔들림 없이 결혼 친화 환경을 조성한 결과”라고 말했다.
달서구 결혼장려팀은 ‘결혼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미혼남녀 1120명(남 799, 여 321)을 등록받아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이 나이·직장 등 인적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전 전화 인터뷰로 성향까지 본다. 이 청장은 “구에서 주선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믿고 나올 수 있다”며 “한두 해가 지나며 성혼 커플이 탄생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등록된 미혼남녀 수가 1000명을 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주선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달서구는 지역 웨딩 업체와 협약을 맺어 웨딩홀부터 한복·드레스 대여료 등을 할인해 결혼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이 외에도 미혼남녀의 데이트 공간으로 결혼친화공원을 조성하고, ‘두근두근 페스티벌’ 등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축제를 매년 열어 왔다. 실제 결혼 친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미혼남녀 참여도가 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 문의가 쏟아졌다. 이에 힘입어 달서구는 지난해부터 청년들의 결혼 인식 개선을 위한 ‘잘 만나보세, 뉴(New)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며 경북 청도군 등과 협약을 맺고 결혼장려운동을 범국민 캠페인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 청장은 “뉴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 정신을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것으로 결혼을 개인의 일로 넘기지 않고 사회문제로 인식해 소중한 만남을 이어주고 지지하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로 만들자는 운동이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 4년 전부터 눈에 띄게 지역 혼인 건수가 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2023년 전국의 혼인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0.3%인데 달서구는 8.15%로 전국 평균의 27배 수준을 기록했다.
결혼장려정책은 출산율 증가로도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달서구 출산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으며 이 기간 평균 증가율은 16.9%로 전국 평균(9.6%)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이 청장은 “이제는 결혼에서 출산, 육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통합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지난해 7월 출산장려팀을 신설했다. 지난 10월부터는 결혼부터 출산, 육아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정보 플랫폼 ‘달서 결혼출산 정보 다이어리’를 정식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연애·결혼·임신·출산·영유아·다자녀 등 총 6단계 별 106개 정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링크 버튼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책을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이 청장은 “달서구의 성공적 모델을 대구 전역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국가적 정책 흐름으로 연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