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교차관 회담을 통해 지난 10월 정상회담 이후 도출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이행에 나서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한국 외교부가 배포한 자료에선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 양국의 원자력 협력을 조속히 추진하는 방안을 강조한 데 비해, 미국측이 공개한 성명에선 동맹의 현대화와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강조되면서 미세한 온도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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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원자력 협력” 美 “동맹의 현대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팩트시트와 관련 신속하고 적극적인 이행을 해 나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협의채널을 구축해 여러 이슈를 심도있게 진전시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에 따르면 양국의 협의채널은 미국이 분야별 담당자를 지정하면 한국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미국측 담당자와 직접 매칭하는 방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병행해 진행된다.
이번 회동은 지난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달 14일 팩트시트 발표 이후 이뤄진 첫 고위급 협의다. 그런데 양측이 강조한 분야는 차이가 났다.
외교부는 “박 차관이 특히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협의 절차의 조속한 개시를 요청했다”며 원자력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미측의 반응과 관련해선 직접적 답변 대신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설명만 담았다.
미 국무부가 토미 피곳 수석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밝힌 회담 결과에는 원자력 협력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미측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경주 국빈 방문의 성공을 축하했다”는 말로 시작해 “동맹의 현대화를 포함한 팩트시트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돼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70년 이상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전역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linchpin)이 돼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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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협력’ 없이…“전례 없는 투자 약속”
미국이 이날 회동에서 전면에 내세운 동맹의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하고, 한국의 방위비 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북한에 대한 방어에 초점을 맞췄던 미군의 역할을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실제 지난달 공개된 팩트시트엔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역내의 위협’은 사실상 중국을 뜻한다.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선 “미국의 지원 하에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를 위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강조한 원자력 협력과 관련해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한국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원잠의 원료인 농축 우라늄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추후 협의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은 이날도 원자력협력 대신 “랜다우 부장관은 조선 등 핵심 전략 분야에 걸친 한국 측의 미국 제조업 투자에 대한 전례 없는 약속을 환영했다”며 “한국의 투자가 미국의 재산업화 노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국인 근로자가 대거 구금됐던 ‘조지아 사태’ 이후 부각된 비자 제도 개선 관련해선 양측 모두 “실질적 성과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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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법’ 확인한 美…“한국車 관세 15% 인하”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상무부의 소설미디어(SNS) 계정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한국 국회가 전략적 투자 법안을 시행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움직였다”며 “협정에 따라 자동차 관세를 11월 1일부터 15%로 하는 것을 포함한 특정 관세를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달 서명한 양해각서(MOU)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성명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6일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러트닉 장관은 이와 관련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은 경제 파트너십과 미국내 일자리 및 산업을 강화한다”며 “양국의 더욱 강력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법안 발의 직후 김정관 장관 명의의 서한을 통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를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해 관련 사안의 조속한 관보 게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