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정부가 환율 방어에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다는 논란이 불거진데 대해 “(환율 방어를 위해)단기에 동원하는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또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판단을 더해 내년 초까지 결론을 내고, 공공의대는 별도의 정원으로 증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일 저녁 보건복지부 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국민연금과 의대증원 등 보건복지분야 현안에 대한 질문에 정부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이 자리서 원화가치 급락 상황에 국민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된 이유에 대해 환율 안정 목적이 아닌 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운용방식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하자 정부는 지난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는 ‘4자 협의’를 전격 가동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구조적인 영향을 점검하고 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뉴 프레임워크’는 우리도(국민연금도)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국민연금이 국내 경제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건 사실인데, 연기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환율의 영향을 연기금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서 “국민연금과 환율이 상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서 연금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할 시기라는 데는 공감한다”며 “이것이 연금의 수익성이나 안정성과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니 어떻게 다시 세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검토ㆍ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환율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해 “(환율 안정을 위해)단기에 ‘동원한다’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연금도 환율이나 해외 자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할 건지를 좀 더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5년마다 재정 추계를 하듯이 연금도 환경 변화에 맞게 투자 원칙 등을 손보는 것은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노후자산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의대 증원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 장관은 “근거가 있어야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판단을 유보한 것이지만 지역ㆍ필수ㆍ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를 정원 내에서 할 것이냐 증원해서 할 것이냐는 추계위의 추계를 참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수를)500명 늘려도 500명이 다 피부 미용 등 다른 쪽으로 가게 되면 어차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역ㆍ필수 영역은 의사 확보가 어렵다”라며 “규모, 배치, 지원 등이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지역에서 공공의대를 하는 것이고, 전체 (정원)규모는 추계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과 장기간의 의정갈등 이후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증원 이전 규모(3058명)로 되돌려진 상태다. 2027학년도 정원부터는 의료인력추계위원회의 논의에 따라 결정된다.
정 장관은 추계 결과를 참고하되 최종 결정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 하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적인 근거 기반의 추계 결과를 주면 법적 절차를 통해 (정원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 안에 정책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므로 그것이 내년도의 숙제”라며 “공공의대 같은 것은 별도의 정원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