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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지역 1000번 지날 때 선장은 늘 조타실 없었다…"승객에 죄송"

중앙일보

2025.12.01 21:56 2025.12.0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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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선장이 2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9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2만6000t)의 선장 A씨(60대)가 사고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선장 A씨는 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그는 좌초 사고가 난 협수로(狹水路) 운항 중 조타실을 비워 여객선을 무인도와 충돌하게 한 혐의(중과실치상, 선원법 위반)로 입건됐다.

전남 신안군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된 대형 여객선이 지난달 20일 새벽 해경에 의해 이초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이날 법정 건물로 이동하며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뭘 했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타실에 왜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느냐”라는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A씨는 20여분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죄송하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해경 호송차에 오르기 전 “승객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승객들에게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선장이 2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8시16분쯤 퀸제누비아2호가 협수로인 신안군 앞바다를 지날 때 조타실에서 선박을 지휘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아 좌초 사고를 낸 혐의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선원 267명 중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경 조사 결과 A씨는 2024년 2월 28일 취항한 퀸제누비아2호에 승선해 사고해역을 1000여 차례 지나면서 한 번도 조타실에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출·입항할 때, 좁은 수로(협수로)를 지날 때, 선박의 충돌·침몰 등이 빈발하는 해역을 지날 때 등은 조타실에서 근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A씨는 사고 당시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A씨가 평소 운항 때처럼 조타실 옆 선장실에 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조타실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해경 조사에서 “평소 선장실에서도 조타실과 유사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항해 상황을 파악해 왔다”며 “사고 당일에는 위장 장애로 쉬고 있어 항로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합동감식반이 지난달 20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 정박한 좌초 사고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를 육안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해경은 한눈을 팔다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로 1등 항해사 B씨(40대)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 C씨(40대)를 구속해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던 이들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선박 방향을 바꾸는 변침(變針)을 하지 않아 여객선을 무인도에 충돌하게 한 혐의다.

조사 결과 1등 항해사는 사고 당시 섬에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조타수에게 변침을 지시했다. 해경이 목포해양대에 의뢰해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 여객선이 무인도와 충돌하지 않으려면 최소 500m 전에 변침을 해야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여객선이 당시 22노트(시속 40.744㎞) 속도로 항해했다는 점에서 40~50초 전에는 변침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19일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0여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달 19일 오후 제주에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중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족도)와 충돌했다. 운항사인 씨월드고속훼리 측은 퀸제누비아2호의 목포~제주 노선 운항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 상태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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