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내 개봉한 영화는 엿새 간 226만 관객을 모았고, 글로벌 흥행수익 5억 5640만 달러(약 8172억 원)를 돌파하며 올해 전세계 박스오피스 톱 10에 진입했다.
9년 만에 선보인 속편이지만, 동물 도시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경찰 콤비 주디와 닉의 매력은 여전했고, 습지·사막·동토 등 새로운 공간과 공존의 메시지도 이야기의 매력을 더했다.
'주토피아2' 제작에는 이현민·최영재 애니메이터, 이숙희 수퍼바이저 등 디즈니의 한국인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2일 화상으로 만난 이들은 "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극 중에선 전편이 방금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기에 일관성이 중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파트너 관계가 된 주디와 닉이 서로의 다른 점을 보고 충돌하고 갈등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과정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주디가 닉의 집을 방문해 현관에서 주고 받는 대화가 네 번이나 바뀌어 그 때마다 애니메이션을 업데이트해야 했다"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둘의 케미스트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했다.
영화의 전체적 배경을 담당한 이숙희 수퍼바이저는 "1편보다 더 크고 확장되고 화려한 세계를 보여 달라는 게 감독의 주문이었다"면서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주토피아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상징적인 건물들을 곳곳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주토피아 세계관의 핵심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디와 닉, 둘의 관계성과 캐릭터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매력이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의 얼굴 주름과 털 하나도 섬세히 표현해냈다.
이 애니메이터는 "주디는 귀엽지만 용감하고 똑똑한 캐릭터"라며 "그런 '갭'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큰 눈에 비해 오밀조밀한 입과 코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했다"고 말했다.
최 애니메이터는 "찡그릴 때의 주름, 코의 실룩거림 등 얼굴 표정을 통해 능글맞고 여유 있는 닉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갈등을 겪던 주디와 닉이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신을 꼽았다.
이 애니메이터는 "어릴 때 혼자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을 한 기억 때문에 1편 때부터 낯선 환경에서 노력하는 주디를 가장 좋아했다"며 "주디가 닉한테 '우리는 좀 다른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슬프면서도 관계 진전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심금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 수퍼바이저는 "마이너리티로서 디즈니란 큰 회사에서 일한다는 점, 여성으로서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나 또한 주디 캐릭터에 공감한다"면서 "다름을 받아들인 주디와 닉이 포옹하는 시퀀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 애니메이터는 "1편에선 주디를 좋아했는데, 2편에선 닉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여유롭지만 책임감 있는 닉의 모습을 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애니메이터는 "사람들이 프레임 별로 찾아보고, 영상 클립을 반복해서 보는 시대이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과 이스터에그에도 신경 쓰게 된다"며 "100번 돌려봐도 새롭고 재미있는 포인트를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토피아'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이 수퍼바이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꼽았다.
"영화 제작에 700여명이 참여했어요. 인종·성별·나이·취향·배경이 모두 달라요. 다 같이 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 보완할 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죠. 그렇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요소를 만들어 갑니다. 티격태격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동물들이 주는 공존의 메시지가 전 세계인들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