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인근 민가에서 대형 멧돼지가 어르신을 쳐 중상을 입힌 사고를 계기로 멧돼지 포획 걸림돌이 되는 ‘총기포획 유보 지역’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커진다.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금정산 등산객도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기초지자체장들 또한 총기포획 유보 지역 해제를 촉구한다.
2일 부산구청장ㆍ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달 정례회에서 ‘야생멧돼지 총기포획 유보 지역 해제 건의안’을 기후환경부에너지부에 전달하기로 의결했다. 협의회는 부산 16개 기초지자체 협의체로, 이 건의안은 금정구가 발의했다. 건의안엔 ‘멧돼지 포획이 어려워 부산 전역에 멧돼지 개체 수가 급증했고, 산림 인근 농작물의 피해가 심각해 민원이 늘었다. 도심지 출몰에 따른 인명피해도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의회 등에 따르면 부산 전역이 총기포획 유보 지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해 1월부터다. 앞선 2023년 12월 사상ㆍ금정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사체가 확인되면서다.
총기포획 유보 지역에선 총기는 물론 사냥개를 동원한 멧돼지 포획이 제한된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공격했을 때 발톱 등을 통해 ASF 바이러스가 다른 멧돼지에게 감염ㆍ확산하는 걸 막는다는 취지다. 번식기 등 멧돼지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경찰 허가를 받아 사전에 포획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현재는 멧돼지 출현 신고가 있을 때만 사냥개 없이 총기 포획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냥개가 몰아주지 않으면 멧돼지 포획률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시 집계를 보면 총기포획 유보 지역 지정 이전인 2023년 멧돼지 포획 건수는 803건이었는데, 지난해엔 273건, 올해 현재까지 338건으로 줄었다.
올해 11월까지 부산 멧돼지 출몰 신고 건수는 628건(하루 평균 1.9건)으로 1일 2건에 육박했다. 지난달 29일 금정구 청룡동 아파트 단지에서 120㎏ 멧돼지가 80대 주민과 60대 경비원을 들이받는 인명사고도 일어났다. 이 사고로 주민은 얼굴과 머리 뒤쪽을 크게 다쳤고, 경비원도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 지난 1월엔 멧돼지가 지하철 선로에 난입해 전동차가 3시간가량 서행해야 했다.
부산시와 구ㆍ군은 총기포획 유보 지역 지정에 따라 포획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멧돼지 개체 수가 늘며 이런 사고로 이어졌다고 본다. 부산시는 총기포획 유보 지역 지정 기간 멧돼지 ASF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지난 8월 환경부에 지정 해제를 건의했다. 하지만 “경남ㆍ경북 등 다른 지역 상황까지 고려하면 조정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부산시에 이어 재차 건의에 나선 협의회는 ▶실제 멧돼지로 인한 인명사고가 일어난 점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등산객이 늘어 사고 예방 조치가 필요해진 점을 강조한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금정산 등산객은 하루 평균 8500~9500명 정도다.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단체ㆍ개인 등반이 늘며 하루 1만9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각 지자체 단위에서 멧돼지 주의 안내를 강화하고 포획틀을 늘리는 등 조치하고 있지만, 사전 포획만큼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주민과 등산객 안전을 위해 총기포획 유보 지역 해제가 필요하다”며 “내년 2월쯤 환경부 답변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협의회 건의안이 공식 전달되면 검토할 것”이라며 “총기포획 유보 지역 지정 이후 포획 건수가 줄어든 데는 멧돼지 개체수 감소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보 지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