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거침없는 투자 행보는 이번에도 세계 1위 기업을 향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 1위 ‘시놉시스’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앞서 인텔과 오픈AI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생태계 장악에 더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시놉시스에 총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놉시스 발행 주식의 약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놉시스는 케이던스, 지멘스와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이자 30%대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업계 1위다. EDA는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한 회로 설계와 검증에 사용되는 필수 소프트웨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세계에서 가장 컴퓨팅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인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놉시스와 협력으로 엔비디아 가속컴퓨팅과 AI의 힘을 활용해 제조와 설계를 재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역량과 시놉시스의 소프트웨어 툴을 결합해 반도체 설계 정확도를 높이고, 디지털 트윈 기능을 활용해 로봇과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차세대 가상 설계 플랫폼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새신 가지 시놉시스 CEO는 “시놉시스와 엔비디아만큼 AI 기반 종합적인 시스템 설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기자회견에서 직접 ‘순환 거래’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협력의 성과는 엔비디아가 독점하지 않고 시놉시스의 다른 고객사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이번 투자가 칩 구매와 연계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할 때 오픈AI가 투자금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방식을 취해 순환 거래에 따른 ‘AI 거품론’ 논란을 키웠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제국’ 구축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지난 9월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 이상을 확보하고 오픈AI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반에서 엔비디아의 AI 생태계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시놉시스 투자는 구글의 AI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비롯해 빅테크들의 맞춤형 반도체(ASIC) 등 엔비디아 대항마가 급부상한 상황에서 AI 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황 CEO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TPU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엔비디아 기술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훨씬 범용적이며 적용 범위도 넓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기회와 성장 동력은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