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스팸 전화·문자 수신이 급증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싱 사기 등 2차 피해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쿠팡 개인정보 유출 문자를 받은 후 스팸 전화가 걸려 오는 횟수가 엄청 늘었다”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쿠팡 회원인 김모(32)씨는 전날(1일) 하루에만 스팸 전화 3통을 받았다며 김씨는 “외근직을 모집한다느니, 주름이 펴지는 화장품을 판다느니 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광고 전화가 갑자기 쏟아져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주식 추천 종목 확인하세요”라며 ‘투자 리딩방’ 입장을 유도하는 웹 발신 스팸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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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공식 이벤트” 사칭 전화도
쿠팡을 사칭해서 2차 피해를 유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형의 스팸 전화 사례도 나왔다. 이날 오전 직장인 김모(30)씨에겐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에선 “쿠팡에서 푸짐한 혜택을 준다”며 “공식 이벤트 안내로, 쿠팡 유튜브 영상 시청이나 구독, 좋아요 중 단 한 번만 참여해도 푸짐한 혜택이 바로 지급된다”는 ARS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쿠팡 고객센터에 직접 확인해 보니 이 광고는 허위였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센터 번호 외에는 이용자에게 연락하지 않는다”며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오면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고, 카카오톡 등을 통한 연락에도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스팸 증가 체감 사이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에도 스팸 관련 신고 접수가 증가한 적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불법스팸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롯데카드에서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당시 국외 발신 등을 포함한 국제문자중개사 스팸 신고는 전월보다 13.5% 증가한 151만7304건에 달했다. 직전 8월 증가율(9.6%)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번에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엔 3370만개 계정의 이름, 전화번호,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를 범죄조직이 악용해 ‘맞춤형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벌여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미국에서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계정 정보 일부가 노출된 뒤 스미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과 관계기관은 사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춘식 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에 편승한 스팸이나 범죄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유출된 정보가 해킹·스미싱 등 어떤 유형의 사이버 범죄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팸 문자 등에 대해선 신중하게 대처해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늘어나는 스팸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유출된 개인정보는 범죄나 불법 마케팅 활동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2차 피해 범죄 예방을 위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발생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 대한 맞춤형 예방 활동을 병행할 것”이라며 “스미싱, 보이스피싱, 주거침입 및 절도 등 범죄 발생 현황 등을 상세히 관리하고, 유출된 개인정보가 다크웹 등에서 유통·판매되는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