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일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겠다”는 대북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핵화’ 같은 명시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출범 회의 연설에서 “우리에게 놓인 시대적 과제는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남북이 대결과 적대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며, 공동 성장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전쟁 걱정 없는 한반도 ▶평화 공존의 새 시대 ▶남과 북의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을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세 가지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로 전쟁 걱정 없는 한반도를 내세우면서 “불안정한 평화는 불안한 미래를 잉태한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페이스 메이커’로서 북·미 대화를 적극 지원하며 관련국들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단어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 의제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못 박은 뒤 한·미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평화 공존을 위한 노력으로는 “7년째 중단된 남북대화를 되살리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의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도 추진하겠다”며 “적대로 인한 분단 비용을 평화에 기반한 성장 동력으로 바꾼다면 ‘코리아 리스크’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쪽의 양보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순환의 길을 모색하겠다”면서 기후환경·재난 안전·보건의료 등을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 이어 “흡수통일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은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이 돼야 한다”며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하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발언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정치세력은 분단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억압했고,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했다”며 “전쟁 종식과 분단 극복, 온전한 평화 정착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군사력 5위권의 군사 강국이자 한·미동맹을 토대로 든든한 억지력을 갖춘 나라”라며 “유독 남북문제에서만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