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도권에서 종량제 쓰레기를 땅에 바로 묻는 ‘생활폐기물 직매립(直埋立)’이 금지된다. 단, 재난이 발생하거나 소각장이 멈추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증가하고, 최악의 경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수도권 3개 광역 시·도(서울·인천·경기도)는 2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후부 등 4개 기관은 우선 내년 1월 1일부터 원칙적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생활폐기물은 소각·재활용 처리 후 남은 잔재물 등만 매립할 수 있다.
다만 시행 초기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는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재난이 발생하거나 소각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해서다. 구체적인 직매립 금지 예외 적용기준은 연말까지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당초에는 직매립 전면 금지였지만, 폐기물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예외적 규정을 두기로 (지자체가) 서로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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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도권 외 민간 소각장 이용 불가피…재정 부담 커져”
직매립 금지 제도는 수도권매립지로 유입되는 폐기물을 감량하고, 매립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수도권 3개 시도와 기후부의 합의에 따라 2021년 직매립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법제화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시행한다.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한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기준으로 52만t(톤)이다. 수도권 3개 시도가 보유한 공공소각장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대부분의 물량을 민간 소각장에 의존해야 한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서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발생한 생활폐기물(110만t) 중 소각장에서 처리하지 못한 19%(21만t)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했다. 내년부터는 이 물량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인천·경기도와 달리 지역 내에 민간 소각장이 없기 때문에 충청 등 수도권 밖으로 종량제 쓰레기를 보내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운송비 증가는 물론 또 다른 지역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수도권 외 지역 민간 시설 이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 처리시설은 공공에 비해 처리단가가 높은 데다 운송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소각장이 밀집한 충북 지역의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각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종량제 봉투)은 공공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서울 시민이 배출한 생활폐기물까지 충북지역에서 해결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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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 리스크 커져”
전문가들은 민간 소각장에 의존할 경우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쓰레기 처리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서 처리 비용이 급등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서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쓰레기 대란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며 “생활폐기물의 재활용을 더 늘릴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노조에서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안 없는 (직매립 금지) 정책 강행은 결국 쓰레기 대란과 불법 투기, 공공요금 폭등이라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수도권매립지 부지를 활용한 광역 소각장 건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