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메시를 향한 존경, 손흥민에게 날렸던 도발은 싹 지웠다. 토마스 뮐러의 태도가 달라졌다. 상대가 ‘GOAT’라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결승전의 무게가 다른 걸까.
벤쿠버 화이트캡스는 오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체이스 스타디움에서 인터 마이애미와 2025 메이저리그사커(MLS)컵 결승전을 치른다. 서부 챔피언 벤쿠버와 동부 최강 마이애미가 맞붙는 지구 최종전. 결국 모든 시선은 단 하나로 모이고 있다 — 토마스 뮐러 대 리오넬 메시.
벤쿠버는 준결승에서 손흥민의 LAFC를 꺾고 올라왔다. 전반에 2골을 먼저 넣고도 손흥민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승부차기까지 끌려갔지만, 결국 손흥민의 실축과 함께 LAFC가 3-4로 탈락했다. 벤쿠버는 기세를 이어 샌디에이고 FC를 3-1로 꺾고 결승으로 향했다.
반대편 마이애미는 뉴욕시티 FC를 5-1로 폭격했다. 메시의 마이애미는 시즌 막판 완연한 상승세. 이 흐름이 결승까지 이어진다면 벤쿠버 입장에서는 단순한 ‘경기’가 아닌 ‘생존전’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뮐러에게 향한 질문은 “메시와 붙는 기분은?”이었다.
뮐러는 MLS 사무국을 통해 “이건 메시 vs 뮐러가 아니다. 마이애미 vs 벤쿠버다”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와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경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매치업은 더 많은 팬을 불러모으고, 리그 전체 가치가 높아지는 기회다”라며 리그 전체 파급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존경은 숨길 수 없었다. ‘애플 TV’와 인터뷰에서 뮐러는 “난 단지 메시의 플레이를 보는 게 좋다. 마이애미는 정말 강하다. 결승전다운 결승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매치를 원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만났다”고 웃었다. 손흥민과 맞붙을 때만 해도 한껏 도발적이던 뮐러의 말투가, 메시 앞에서는 차분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LAFC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뮐러는 훨씬 더 강한 어조를 썼다. 그는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시절 뛰어났던 건 사실이지만, 그때 팀 전력은 뮌헨과 비교할 수 없었다”며 “함부르크 원정 가면 거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8-2, 9-1도 있었다”며 우위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그가 재능 있는 선수였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손흥민의 가치를 인정하던 뮐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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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 입성 후 뮐러의 활약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데뷔 시즌 10경기 8골 3도움, 캐네디언 챔피언십 우승까지 더하며 MLS에서도 건재함을 증명했다. 벤쿠버에서 전술적 중심이 된 그에게 결승전의 무게는 익숙한 영역이다.
실제로 샌디에이고와의 서부 결승을 앞두고도 뮐러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LAFC전 전반처럼 우리의 습관, 우리의 강점을 유지해야 한다. 샌디에이고는 성향이 다르지만 우리는 준비돼 있다. 중요한 건 ‘벤쿠버다운 축구’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시와의 결승이 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도발도, 비교도, 우위 주장도 없었다. 단지 담담한 존경과, 끝판왕을 만나는 선수의 설렘만이 남아 있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단 하나, 전 세계가 지켜볼 빅매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