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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왕, 수리남서 "노예무역 과거사 회피 않을 것"

연합뉴스

2025.12.02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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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왕, 수리남서 "노예무역 과거사 회피 않을 것"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옛 식민지 수리남을 찾아 노예무역으로 점철된 과거사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흘 일정으로 수리남을 방문 중인 알렉산더르 국왕은 지난 1일 "노예제와 같은 아픈 역사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 협력을 위해 과거를 직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르 국왕과 아르헨티나 출신 막시마 왕비는 네덜란드 왕실 일원으로는 약 반세기 만인 지난달 30일 옛 식민지 수리남을 찾았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은 지난주 독립 50주년을 맞았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이날 예니퍼 헤이링스-시몬스 수리남 대통령과 만나 "이것(노예 역사)이 노예 후손들과 카리브해에 얼마나 깊은 울림을 갖는지를 잘 안다"며 "그들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이어 과거 식민지였던 수리남과 관계를 평등과 상호 존중에 기반해 심화하기를 열망한다며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가 선 토대를 염두에 둬야만 의미가 있으며 그 토대는 우리가 공유하는 과거"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아프리카인 60만명을 주로 카리브해와 남미에 노예로 팔아서 챙긴 자금으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네덜란드 왕실이 1675∼1770년 노예무역이 광범위하게 퍼진 식민지에서 거둬들인 돈은 현재로 환산하면 약 5억4천500만 유로(약 9천300억원)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2022년 12월 당시 총리였던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노예무역을 공식 사과했고, 이듬해 국왕이 사과문을 내 왕실 차원의 사과도 이뤄졌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2022년에는 노예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새겨졌다는 이유로 왕실 행사에 사용되던 황금 마차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렉산더르 국왕 부부는 이번 수리남 방문 기간 노예 후손, 전통 공동체, 원주민 단체 대표들과도 비공개로 만난다.
수리남을 비롯해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지역에서 노예제도는 1863년 7월 1일을 기해 폐지됐고 이후 10년의 이행 기간을 거쳐 1873년 완전히 종식됐다.
수리남은 1975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이후 잦은 군부 쿠데타와 내전으로 내정 불안이 이어졌으나 최근 인근 해역에서 막대한 매장량의 유전이 발견되며 국운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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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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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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