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다 래커칠 시위 등 내홍을 겪은 동덕여대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녀공학 찬성이 여대 유지보다 많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총학생회는 학생 의견 반영 비율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며 반발했다.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2일 남녀공학으로 전환 추진을 권고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지난해 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래커칠 시위를 겪은 뒤 출범한 것으로 학생·교수·동문·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48명이 토론한 숙의기구 결과 공학 전환이 75.8%, 여대 유지 12.5%. 유보 11.7%로 나타났다. 406명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 역시 공학 전환 57.1%, 여대 유지 25.2%였다.
7000여명이 투표한 최종 설문조사도 공학 전환 51.8%로 과반이었고 여대 유지는 33.2%에 그쳤다. 이 설문조사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별 응답이 동일 가중치로 적용됐다.
공론화위는 "여대 유지를 주장하는 구성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여대 정체성만 소멸되는 등 공학 전환으로 야기될 수 있는 피해와 우려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여대 유지 쪽이 다수라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입장문에서 "학내 구성원 중 비중이 가장 큰 학생들 의견이 보다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는 3~5일에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투표를 진행한 뒤 대학 본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학 측은 지난달 26일부터 본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면 학생들이 지난해처럼 점거 농성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4일에는 캠퍼스 건물 래커 제거 행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며 항의 중이다. 한 재학생은 "12월 4일에 예정된 것은 래커 제거가 아니다. 공학전환 정당화를 위한 여론조작 밑바탕을 위한 작업"이라며 "공론화 결과를 수용할지 말지 판단하는 것이 온전히 총장의 선택에 둬야 하는 게 진정한 공론화 결론이라 할 수 있나"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