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④=왕싱하오는 피곤한 적수다. 21세면 패기만만한 나이인데 바둑은 다르다. 깨알처럼 끈기 있게 점수를 벌어가다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슬쩍 강수를 던진다. 백△가 바로 그런 수다. 흑A로 나와 끊으면 어찌 되나. 신중한 왕싱하오의 기풍으로 봐서 대비가 잘 되어있을 것이다. 열심히 수를 읽던 김지석 9단도 결국 흑1로 후퇴했고 백은 얼른 2로 지켜 좋은 형태를 갖췄다. 흑3은 올바른 수비. 여기서 왕싱하오는 4로 침투했는데 AI가 오래전 블루 스폿으로 제시했던 그곳이다.
◆AI의 추천=AI는 흑1, 3으로 끊고 싸우라고 말한다. 끊지 않은 것은 완착이란 얘기다. 이 싸움은 어렵다. 백10까지가 예상되고 흑도 A에 붙여나가는 흐름인데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바둑이 된다. 다만 실전은 백 모양이 너무 좋다. 끊으면 5대 5니까 끊는 게 맞다.
◆실전 진행=흑1에 백2의 맞젖힘, 흑3으로 잇자 백4로 가볍게 날아간다. AI의 블루 스폿이다. 좋은 감각이다. 아마 이 백4가 놓이던 시점이 이 판에서 백의 전성시대였을 것이다. 흑5엔 6으로 뻗어 능률적으로 삶의 탄력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