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차 방송인 이금희(59·사진)는 ‘소통 전문가’로 불린다. KBS 아나운서로 ‘6시 내고향’ ‘아침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3만여 개의 삶을 만났고, 라디오 DJ로 15만여 명의 사연을 접했다. 모교인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약 1500명의 학생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데 그를 만난 4050 세대는 “요즘 2030 세대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반대로 2030 세대는 “선배들과 대화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양쪽 세대에 징검다리를 놔야겠다’는 생각에 탄생한 게 지난달 12일 출간된 에세이 『공감에 관하여』(다산북스)다. 이 아나운서는 “소통을 위해선 ‘공감’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공감은 나를 지지해주는 거죠. 아주 깊은 공감은 나를 살게 합니다.”
그는 이 책을 위해 2030 세대 48명을 따로 만났다. 이들이 기성세대와 소통하며 겪은 어려움을 직접 듣고, 각각의 경우마다 부모·선배가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다. 가령 “나를 찾고 싶다”며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에겐 걱정보다 격려를 제안하는 식이다. 자신의 후배가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주변에 밝히는 행위)한 이야기를 예로 들며, ‘여자친구 있냐’ ‘남자친구가 있냐’는 말보다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사귀는 사람 있어?’ 등의 표현이 낫고, 더 좋은 건 그조차 묻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아나운서는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며 “토끼와 거북이가 같이 가려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토끼가 노력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