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까지 5분 만에 주파하는 곤돌라가 들어선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360도 전망대도 생긴다. 남산 경관을 가로막는 서울소방재난본부 건물은 철거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더 좋은 남산 활성화 계획’을 2일 발표했다. 연간 1100만명이 방문하는 남산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더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다. 활성화 사업은 15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눈에 띄는 건 남산 곤돌라다. 한 번에 최대 1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곤돌라 25대를 설치해 시간당 2000명 이상을 수송한다. 현재 남산에선 한국삭도공업이 64년간 3대에 걸쳐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 중이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케이블카와 경쟁할 수 있는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이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중앙일보 2024년 11월 5일자 20면〉
만약 1심서 패소하더라도 서울시는 2027년 3월 준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남산과 같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서도 높이 12m 이상의 궤도시설(곤돌라) 구조물 설치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시행령이 개정되면 한국삭도공업의 소송 근거가 사라진다.
변수는 국토교통부의 움직임이다. 김윤덕 신임 장관 취임 이후 국토교통부는 법제처 심사 의뢰 등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있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케이블카 독점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실도 언급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국토교통부가 시급히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남산 케이블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시민 불만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곤돌라를 타고 남산 정상에 올라선 시민들은 향후 360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기존 광장 상부는 전망대, 하부는 쉼터가 들어선다. 2026년 2월 설계해 2027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김창규 본부장은 “360도 전망대는 야간 조명과 미디어월(media wall·영상벽)을 설치해 서울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여가 공간”이라고 말했다.
1961년 건립해 경관을 가로막고 있었던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소방재난본부 건물도 철거한다. “오는 2031년 소방본부가 종로구청으로 이전하면 이로부터 2~3년 후 사업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 김창규 본부장의 설명이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철거하는 과정에서 남산의 자연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는 “나무를 베어내는 등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면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 수익을 ‘지속가능한 생태·여가 기금’으로 조성해 남산 생태 복원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익 서울시 도시정비정책팀장은 “공사 중에 훼손되는 환경도 있겠지만, 공사가 끝나면 생태를 모두 복원하기 때문에 지주를 박는 부지(20㎡)를 제외하면 사실상 훼손되는 환경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원도 다양해진다. 명동·해방촌·경리단길엔 ‘웰컴가든’을 조성한다. 웰컴가든은 남산을 찾기 쉽게 산책로 입구에 조성하는 정원이다. 남산 내부에도 하늘숲길·북측숲길 등 1.9㎞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한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남산은 서울의 핵심적인 관광 콘텐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