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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쏘아올린 물가, 경유 10% 키위 12% 고등어 13% 급등

중앙일보

2025.12.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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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4% 올랐다.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추락한 달러 대비 원화값 때문에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들면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9월 2.1%, 10월 2.4% 등 3개월째 2% 선을 웃돌았다. 11월 물가 상승은 최근 달러당 원화 가치 하락(환율은 상승)의 영향이 컸다. 환율에 민감한 석유류 가격이 경유(10.4%)·휘발유(5.3%)를 중심으로 5.9%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달러당 원화값이 더 크게 내리면서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전월(4.8%)보다 커졌다. 지난달 석유류 상승 폭은 지난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최대다.

신재민 기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도 5.6% 뛰며 전체 물가를 0.42%포인트 끌어올렸다. 상승률은 지난해 6월(6.5%) 이후 최대다. 키위(12%)·망고(8.8%) 등 수입 과일 상승 폭이 전월보다 커졌다. 수입 소고기 가격 상승 폭도 10월 5.3%에서 11월 6.8%로 확대됐다. ‘피시플레이션’도 심화하고 있다. 11월 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5.9% 상승해 11월 기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산물 중에서도 수입 비중이 높은 갈치(11.2%)·고등어(13.2%)·조기(18.2%) 등의 상승 폭이 전월보다 컸다.

사람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라고도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지난해 7월(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식품 물가(3.7%)가 뛴 영향이다. 주식인 쌀 가격은 전년 대비 18.6% 올랐지만, 햅쌀 출하량 증가로 10월(21.3%)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겨울철 주요 소비 과일인 귤 가격은 품질이 향상된 데다 수요도 늘면서 전년 대비 26.5%나 뛰었다.

원화값 하락은 당장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는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원저(低)가 지속하면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이런 환율발(發) 물가 상승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10월 수입 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10월보다 4% 떨어졌다. 반면에 원화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0.5% 상승했다. 9월에도 달러 기준 수입 물가는 3.5% 하락했는데, 원화 물가는 0.7% 올랐다. 달러로 매긴 수입품 가격은 싸졌는데, 원화값 하락세가 워낙 크다 보니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되레 비싸졌다는 의미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고환율(낮은 원화 가치)에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걸 중간재로 쓰는 내구재 등의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오를 수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옥수수·커피·설탕·감자전분 등 식품 원료 10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정해진 양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춰 부과하는 제도다. 액화석유가스(LPG)와 LPG 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 3%에서 0%로 인하한다.





김경희.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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