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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728조 예산 합의 처리

중앙일보

2025.12.0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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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약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인 2일 합의 처리했다. 국회는 이날 밤 11시40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재석 262명, 찬성 248명, 반대 8명, 기권 6명으로 의결했다. 총예산 규모는 정부 원안 대비 4조3000억원가량 깎는 대신 비슷한 규모의 증액에 합의해 결국 총지출(727조8791억원)은 정부 원안(728조59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로써 국회는 2020년 12월 처리한 ‘2021년도 예산안’ 이후 약 5년 만에 법정 시한을 준수했다. 국회 본회의 자동 상정을 규정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도입 이후 기한 내 예산안 의결은 도입 원년인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가 전부였다.

지난달 27일부터 다섯 차례 만나 협상을 이어간 양당 원내지도부는 쟁점 예산을 두고 내내 의견이 엇갈렸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펀드(국민성장펀드) 조성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민주당이 정권 교체 후 되살려놓은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예비비 등에서 국민의힘은 대폭 삭감을, 민주당은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전날까지도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막판 협상에서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민주당은 AI 관련 지원 예산 2064억원과 정책펀드 예산 3200억원, 대통령실 예비비 등을 일부 감액하며 국민의힘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다.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핵심 국정과제 예산의 감액 주장을 철회했다.

이 밖에 민주당이 증액을 주장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예산과 국민의힘이 증액을 주장한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관련 예산이 증액됐다. 또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1조9000억원을 줄이고, 감액분 일부를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예산 증액에 활용하는 데 여야가 공감했다.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을 대거 증액한 것도 합의의 배경이 됐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의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관 건립 예산은 2억원 늘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지역구인 천안에는 천안아산역 방음벽 설치 예산 27억원, AI 제조 혁신 거점 조성 예산도 20억원, 에코밸리산단 진입도로 예산 18억원, 평택 연결 국도 건설에 10억원, 진천 연결 국도 건설 예산 50억원 등이 증액됐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이소영 의원 지역구인 과천에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운영 등 예산은 71억6000만원, 정부과천청사 중장기 개선 방안 연구 예산 3억원 등이 증액됐다.



문진석 125억, 유상범 89억…올해도 ‘실세예산’ 여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구인 김천에선 대항면 연결도로 건설 예산 10억원, 직지사 대웅전 주변 정비 2억2500만원, 노후정수장 정비 9억5000만원, 문경~김천 철도 건설 30억원 등이 증액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지역구(강원도 홍천·횡성·영월·평창)에선 평창·홍천 국도 건설 예산 5억원, 홍천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 기본조사에 3억원, 평창 도암호 유역 오염저감시설 확충 81억8300만원 등이 증액됐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 지역구인 경북 의성에선 국도 5호선 환경 개선 예산 10억원이 늘어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지역구(충남 보령-서천)에서도 보령 노후 폐수관로 정비에 1억8000만원, 서천 주항지구 사업비 5억원 등이 증액됐다. 한병도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에선 용안면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설치 예산 14억원, 익산역 확장 10억원, 군경 묘지 정비 5억5000만원, 익산박물관 특별전 4억1800만원 등이 증액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양주에선 경원선 양주역 시설 개량 예산 51억원 등이 증액됐다.

민생 밀착 예산도 담겼다. 내년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4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구매보조금 300만원은 유지되고, 여기에 내연차를 폐차하거나 판매한 뒤 전기차로 교체하면 최대 100만원의 전환지원금이 추가된다.

월 3만~6만원을 내면 지하철과 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정액 패스도 새로 도입한다. 청년과 어르신은 1인당 월 5만5000원, 일반인은 월 6만2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광역버스까지 포함할 경우 청년·어르신·다자녀 가구는 월 9만원, 일반인은 월 10만원이다.

육아기간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액도 월 2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라간다. 주 10시간 초과 단축 시 지급액은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한다. 현재 만 7세 이하인 아동수당은 만 8세 이하로 대상이 늘어나고 금액도 월 10만원에서 최대 1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야 합의로 정부안 대비 증액 없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재정건전성 부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안 증가 폭이 역대 최대인 데다 현 정부의 ‘초확장 재정’ 기조에 국가채무비율이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75조원 규모였던 국가채무는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여파로 13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예산안까지 더해지면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 달한다. 국가채무비율이 50%를 처음 돌파하는 것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제 중요한 건 집행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예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소수당을 전혀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일방적 폭거를 일삼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민생 예산이 중요하기에 기한 내 처리에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한영익.양수민.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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