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마약밀수 의심 항공기 격추"…美압박 근거 반박 여론전
트럼프 정부, '영공폐쇄 간주' 으름장 뒤 이민자 항공기 승인 요청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마약 밀매 차단을 앞세운 미군의 고강도 압박에 직면한 베네수엘라 군이 마약 밀수 의심 항공기를 격추한 사실을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도밍고 에르난데스 라레스 베네수엘라 군(FANB·Fuerza Armada Nacional Bolivariana) 전략작전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가 주권 수호 작전을 진행 중인 우리 군은 영공 내에서 미식별 항적을 확인하고 해당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에서는 비행기로 보이는 무언가가 하늘을 나는 모습과 화염에 휩싸인 채 지면에 있는 물체가 보인다.
라레스 사령관은 해당 항공기가 "식별 코드를 송출하지 않았고, 신호 송수신기(트랜스폰더)를 꺼 놨으며, 호출 및 통신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비행 계획 서류 역시 미제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군은 해당 항공기에 대해 마약 밀수 같은 범행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관심 표적'으로 규정한 뒤 무력화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군의 영공 방어 작전을 통해 무력화한 항공기는 2012년 관련 법 제정 이후 418대이며, 올해에만 27대로 기록됐다고 라레스 사령관은 부연했다.
이번 조처는 베네수엘라 주변에서의 미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밀매집단 우두머리'라고 주장하며 수십 년 새 최대 규모의 병력을 카리브해 일대에 증강 배치한 뒤 '마약 운반선'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공격하도록 했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최소 83명의 사망자를 냈는데, 이 중에는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공격으로 '전쟁범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례까지 포함돼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군 작전을 '정부 전복을 노리는 제국주의적 개입 행태'로 규정하며 육·해·공군에 더해 민병대(Militia)까지 동원해 항전 태세를 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두로 정부가 장비 수준이나 병력 규모 등에서 절대적 열세에 있는 베네수엘라 군 현실을 고려해 게릴라식 소규모 전투를 펼치며 내부 사회 혼란을 일으켜 외국군 통제를 어렵게 만드는 '무정부화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은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자국 내 마약 범죄 차단 의지를 국제사회에 표명하며 '미군 압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상은 지난달 대중연설에서 평화와 공존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직접 부르며 카리브해와 남미에서의 영원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미국 국민에게 호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베네수엘라 당국은 트럼프 행정부 요청에 따라 주 2회 운항하는 미국발 이민자 송환 항공편 착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영공은 폐쇄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발언해 긴장을 더 고조시킨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교통부는 이날 성명을 내 "미국 측으로부터 해당 국가에서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이민자 송환 항공편 재개 요청 서류를 접수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항공기의 영공 진입과 영토 내 공항 착륙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올해에만 수십 차례 전세기를 통해 1만3천여명이 미국에서 베네수엘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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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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