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남의 인종 차별에 칼 같지만 정작 자신이 지켜야 하는 규정에는 관대한 것 같다.
연맹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2025년도 제6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천 상무 연고 협약 만료 후 참가 리그 결정 △2027시즌 K리그1 참가 팀 수 확대 △2026시즌 승강 방식 결정 △선수 표준 계약서 개정 △전북 타노스 코치 상벌위원회 결과 재심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사건은 지난 8일 열린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발생했다. 타노스 코치가 판정에 항의하다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김우성 주심은 타노스 코치가 눈을 찢는 제스처로 동양인 인종차별을 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퇴장시켰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윤리 및 인권 존중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상벌위까지 열려 타노스 코치에게 인종차별적 행동을 혐의로 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했다.
전북은 지난 11월 25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타노스 코치에 대해 내린 징계 결정과 그 배경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반박하면서 재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상 밖에도 전북의 재심 요청이 만장 일치로 기각되면서 연맹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징계 대상이 된 제스처는 인종차별적 의미로 통용되는 제스처로 보인다”며 “상벌위원회의 기존 결정에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타노스 코치는 명예회복을 하지 못하고 찜찜하게 한국을 떠나게 됐다.
타노스 코치에게 징계가 내려졌지만 김우성 주심의 화는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김 주심은 26일 자신의 SNS에 “잘못 본 게 아니라 잘못한 겁니다”라며 자신의 판정이 맞고 타노스가 인종차별을 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서 재심 기각 이후 KBS와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의 승리를 뽐냈다.
KBS와 인터뷰에서 김우성 주심은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는가 명백한 ‘눈 찢기’ 동작이었. 이는 과거 해외에서 겪었던 동양인 비하 경험과 동일해 즉시 인종차별로 인지했다"라면서 "타노스 코치가 “똑바로 보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지만, 왜 굳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맹 상벌위에는 일방적인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는 전북의 재심 청구가 기각되고 징계가 확정된 것에 대해선 “그렇게 나오길 바랐다”고 말하면서 "타노스 코치의 사임에 대해선 잘못을 인지하고 떠난 것으로 본다. 만약 오해라고 주장하고 싶었다면 끝까지 남아 대화를 시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에 대한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김우성 주심은 "장면 하나가 아니라 팬이 아니라 심판 입장으로 보라"고 팬들에게 충고하면서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 만약에 그런 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심판은 옷을 벗을 것이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이 인터뷰는 김우성 주심 입장에서는 억하심정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으나 대한축구협회의 심판 관리 규정을 어긴 인터뷰였다. KFA의 2025년 개정 심판규정안 제 20조(심판의 의무) 4항을 보면 협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경기 전후 판정과 관련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당연히 이번 사건에 대한 인터뷰 역시 KFA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KFA 관계자에 확인 결과 아무런 소통 없이 진행한 인터뷰였다. 이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원래 심판과 미디어의 인터뷰는 KFA를 통해 진행되야아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승인 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 운영을 주관하는 KFA 심판팀에 따르면 해당 주심은 인터뷰에 대해서 전화가 와서 그거에 대해 이야기한 것라고 말한다. 그렇게 기사화가 될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라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체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앞서 김우성 주심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KFA에 승인 받지 않은 인터뷰가 나왔다는 것은 분명히 해당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모로 타노스 코치에 대한 인종 차별에 대한 철저하고 발빠른 대처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규정을 어긴 김 주심에 대한 조치는 무엇이 될까.
한편 전북의 이승우는 김우성 주심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서 "대화하고 싶다"라고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다. 떠난 타노스 코치에 대해서 죄를 인정한 것이라면서 '죄가 없으면 나랑 대화를 했어야 된다'는 김우성 주심의 발언에 대한 저격으로 풀이되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