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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美, 이번엔 '마두로 사냥'? 그 결말은

연합뉴스

2025.12.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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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美, 이번엔 '마두로 사냥'? 그 결말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은 1989년 12월 20일 새벽 2만 4천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파나마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정당한 이유'로 명명된 이 작전의 목표는 파나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마약 소탕이었다. 하지만 속셈은 파나마 운하 조약 보호와 미국에 비협조적인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의 축출이었다. '노리에가 사냥'이란 별칭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2025년 12월 이번엔 베네수엘라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군은 지난 9월부터 카리브해에서 19차례에 걸쳐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공격해 최소 76명이 사망했다. 미 공군기는 베네수엘라 해역 외곽을 시위 비행하고, 포드 항모전단은 카리브해로 이동 중이다. 상륙준비단까지 투입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민병대 총동원령을 내리고 GPS 교란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과거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군사력을 투입한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다. 명분은 마약카르텔 척결이지만, 진짜 표적은 따로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표적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다. 베네수엘라가 경제 제재를 피하려 중국·러시아와 급격히 밀착하며 미국의 반대 축으로 이동한 것은 트럼프에겐 전략적 위협 신호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이자 에너지·통신 인프라 투자국이다. 더욱이 트럼프에겐 국내 사정도 골칫거리다. 연방정부 셧다운 후유증과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층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외부 위기는 정치적 압력을 분산시키는 탈출구가 된다. 의회의 승인 없이 강행한 미국의 군사작전은 국내 정치에서 돌파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향후 전개 상황은 ▲ 제한적 공습 지속 ▲ 단기간 집중적 군사행동 ▲ 지상전 돌입 등 3갈래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전국에 분산 배치한 게릴라 전력은 미국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겠다는 항전 의지로 비친다.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군사 개입은 신속하게 시작됐지만, 결말은 늘 변수에 따라 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베트남이다. 파나마 군사작전은 노리에가 체포까지 2주 만에 끝났으나, 그 후유증은 30년 넘게 지속됐다. 베네수엘라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국제적 관계 속에 얽혀있다.

이러한 패턴은 중남미 역사에서 되풀이돼왔다. 자원의 발견은 번영이 아닌 외세의 개입을 불렀고, 독재와 부패 구조는 민주주의를 갉아먹었다. 20세기 칠레와 니카라과, 파나마에서 그랬고,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반복되고 있다. 강대국의 명분은 언제나 근사했지만, 그 후과(後果)는 오롯이 약소국의 몫이다. 중남미가 겪은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경제 다각화 실패는 외부 충격에, 법치의 부재는 독재에, 외교적 편향은 강대국 개입에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상황은 이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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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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