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이 21점 3게임(세트)제로 진행하던 기존 경기 방식을 15점 3세트제로 바꾸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국제대회 경기 규정을 게임당 21점제에서 15점제로 변경하기로 의결한 게 논란의 시발점이다. 내년 4월 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바뀐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9월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꾸준히 시행한 현행 21점 3게임 제도를 손보려는 건 선수 보호를 위해서다. 배드민턴은 여타 종목과 비교해 국제대회가 많다. 월드투어 파이널스부터 수퍼1000, 수퍼750, 수퍼500, 수퍼300 등 여러 등급의 BWF 주관 대회는 연간 25개 안팎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선수권과 수디르만컵(혼성단체선수권), 그리고 격년으로 번갈아 열리는 토마스컵(남자단체선수권)과 우버컵(여자단체선수권)도 있다.
매달 2~3회 꼴로 국제대회가 쉼 없이 이어지다보니 출전 선수 대부분이 체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온갖 부상에도 시달린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의 경우 지난해 파리올림픽을 즈음해 다친 무릎이 주기적으로 말썽을 일으킨다. 랭킹 유지를 위해 부상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이다.
15점제로 바뀌면 한국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안세영이 경기 초반부에 수비적인 운영으로 버티다 상대의 힘이 떨어지는 중후반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흐름을 뒤집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서승재(26)-김원호(25·이상 삼성생명) 조도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다. 15점제로 바뀌면 역전드라마를 완성할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 때문에 배드민턴계 일각에서는 “여자단식 절대강자 안세영을 견제하기 위한 규정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하태권 배드민턴협회 미래대표 전임감독은 “새 제도 아래에서는 더 빠르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필수적”이라면서 “체력 차이에 따른 우열은 상쇄되고, 상대적으로 기술과 전략의 완성도 차이가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한국 선수들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새 제도가 안세영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시즌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경기 시간 단축과 함께 체력을 아껴 최상의 경기력으로 나서는 대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오히려 안세영의 메이저대회 석권이나 시즌 전관왕 같은 대기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새 제도가 오히려 안세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