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 ‘합창’의 계절이 돌아왔다. 합창은 악성(樂聖)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작곡한 대작이자,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통해 인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희망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노래한 걸작이다. 1차 세계대전 종전 두 달 뒤인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을 시작으로 단골 연말 레퍼토리가 됐다.
올해는 두 거장 정명훈과 얍 판 츠베덴이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맞붙는다. 두 지휘자·교향악단은 지난 2월 비슷한 시기에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먼저 무대에 오르는 건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음악이다. 서울시향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우경, 베이스 심기환 등 솔리스트, 고양시립합창단·성남시립합창단과 함께 합창을 연주한다.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이 합창을 연주하는 건 세 번째다. 서울시향 음악감독 정식 취임 이전인 지난 2023년 12월 연말에 서울시향과의 첫 ‘합창’을 함께한 이후 지난해에도 같은 곡을 연주했다. 올해는 2023, 2024년과 달리 1부 프로그램을 없애고 합창만 전곡 연주한다. 허명현 평론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츠베덴 감독의 특기는 현악 파트에서 잘 드러난다”며 “각 현악기의 선율이 잘 들리면서도 화합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츠베덴 감독의 합창 연주는 국내에서 이른 바 ‘60분 버전’으로도 유명하다. 보통 70~75분만에 끝나는 합창을 60분 만에 연주한 이후 붙여진 별명이다. 당시 러닝 타임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츠베덴 감독은 “악보에 쓰여진 대로 연주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명훈이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24일 고양아람누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세종예술의전당,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합창 교향곡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바리톤 김기훈 등의 솔리스트와 함께 고양시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출연한다.
정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의 합창 연주도 2021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022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임명을 앞둔 핀란드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포디움에 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에 어려움이 생기자 정 지휘자가 ‘구원투수’로 전격 출격했다. 올해는 4년 전보다 합창 인원이 대폭 늘어나고 협연자 나이대가 젊어진 게 특징적이다.
황장원 평론가는 “정명훈의 지휘는 디테일보다는 큰 흐름 안에서 음악을 읽는, 대범한 해석이 특징”이라며 “합창·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전체 맥락에 맞게 음악적으로 녹여내는 동시에 후반부 절정에 맞춰 음악적인 내용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