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설치·점검 등을 담당한 전·현직 공무원을 추가로 입건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국토교통부 전·현직 관계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국토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공항운영증명 또는 공항운영검사 등의 업무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로컬라이저 둔덕을 활주로에 설치·유지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둔덕은 설치 과정에서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토부 관계자 등은 설치 당시부터 로컬라이저 관련 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했으며, 정기 검사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추가 입건으로 제주항공 참사 관련 입건자는 모두 44명으로 늘었다. 입건자들은 관제 업무와 조류 충돌 예방 업무, 방위각 시설 건설 관련 업무 등을 맡은 실무·책임자들이다. 유족이 고소한 국토부 장관과 제주항공 대표, 한국공항공사 대표 등도 피고소인 신분으로 입건된 상태다.
제주항공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사고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한 사고다.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앞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4일로 예정됐던 사고 조사 결과 발표 공청회를 중단시키기 위해 사흘간 삭발·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에 참사 원인 등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지난 2일 공청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유족들은 “항철위는 사고 책임이 있는 국토부의 소속인 탓에 조사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항철위의 완전한 독립을 촉구해왔다. 유족들은 “국토부는 조사 주체가 아닌 조사 대상”이라며 “항철위가 상급 기관이자 조사 대상인 국토부의 책임을 축소·은폐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항철위를 국토부로부터 독립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4일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항철위를 국토부 산하 조직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조사기구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또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법 공포 한 달 뒤 독립조사기구로의 전환을 시행하도록 했으며, 시행 즉시 현 항철위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임기를 종료하는 조항 등도 담겼다. 개정안은 이달 중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돼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법안이 더 빠르게 추진됐다면 진상규명을 둘러싼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진상 규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