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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홈플서 불닭볶음면 못사나…"거래 대금 밀려 납품중단"

중앙일보

2025.12.06 23:15 2025.12.0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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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이 막힌 홈플러스에 유통사들이 잇달아 상품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홈플러스에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물건을 납품하고 못 받은 대금이 쌓이고 있어 현재는 신규 납품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이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다. 현금 흐름이 악화하는 홈플러스에 상품 공급을 중단하는 유통사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8월부터 홈플러스에 물량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 있는 아모레 상품은 대부분 기존에 납품한 재고들이다. 물량을 줄인 곳도 있다. LG생활건강과 동서식품은 연말부터 거래하는 점포와 납품량을 축소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초 일부 납품사에 정산 대금 지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에 공급 물량을 줄이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금 정산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상품을 공급할 수는 없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유동성 악화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산 대금 미지급은 물론이고 세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방세를 포함해 홈플러스가 납부하지 못한 세금은 이달 말 기준으로 8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홈플러스 매장은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계속 납부하지 못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 가양점은 올해 안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노유림 기자
문제는 홈플러스가 당장 현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소유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에 대해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선 매장 폐점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홈플러스는 연내 서울 강서구 가양점 등 5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인데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미노 폐점’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된 전국 15개 점포를 닫기로 했지만 이후 폐점을 보류한 바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전국 홈플러스 매장수는 125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선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약속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문 유통경영 회사가 인수전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을 이달 29일로 정했다. 하지만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회생안 작성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 홈플러스 안팎에선 청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강기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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