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거여(巨與) 주도의 쟁점 법안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혁신당이지만, ‘창업주’ 조국 대표가 다시 전면에 나선 뒤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관해 “졸속 입법은 추상 같은 심판을 통한 완전한 내란 청산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태롭게 만들 뿐”이라고 직격했다. 서 원내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현재의 방식은 위헌 논란과 함께 내란 세력이 빈틈을 파고들어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각 3명씩 추천해 9명의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혁신당은 위헌 심판을 하는 헌재, 검사를 지휘하는 법무부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조국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현재 진행되는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을 불식해야 한다는 당위를 외치는 것만이 입법부의 역할이 아니다”며 “법안 조문 하나하나를 냉정하게 따지고 검토하여 모든 위험성을 제거해야 하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이라고 썼다.
혁신당은 ▶헌재와 법무부를 추천위 구성 과정에서 배제하고 한국법학교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참여하거나 ▶전담재판부 구성을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되 판사회의·한국법학교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추천하는 법관으로만 임명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내란·외환죄에 관한 재판의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재판부가 계속 재판을 진행한다면 과연 그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신장식 최고위원)고 지적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제한토론 중 재석 의원이 재적 의원의 5분의 1(300명 중 60명)에 미치지 못하면 회의를 중지하는 내용이다. 서 원내대표는 “특별한 실익도 없이 소수 의견을 보호한다는 법안의 정신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신 최고위원은 “무제한토론은 의사정족수의 예외를 둔 제도인데, 또 예외를 만드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혁신당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 제한법(집시법 개정안), 정당 현수막 규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 허위조작정보 규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법안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신 최고위원은 “‘혐오 표현 보기 싫으니 빼자’, ‘가짜뉴스 보기 싫으니 차단하자’ 식의 즉자적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을 납작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정춘생 최고위원은 “국민주권정부를 함께 만든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다만, 서 원내대표는 ‘혁신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 “충분히 소통할 시간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의 우당(友黨)’이라고 스스로 규정했던 혁신당이 민주당에 각을 세우는 건 창업주인 조 대표 복귀 이후 야당으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나온 ‘혁신당 2막’ 전략의 일환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혁신당이라는 정당의 독자적 브랜드는 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지금 혁신당은 연극으로 치면 1막이 끝나고 2막을 앞뒀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지난 4일 민주당이 신중해 하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청구 촉구 결의안을 선제 발의하는 등 스펙트럼도 넓히고 있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안 하거나 못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 혁신당의 2막이자 ‘뉴 조국’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차별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