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7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추경호 의원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가담해 최소한의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날 추 의원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은 불법 계엄을 통제할 유일한 수단이었다.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하면서 군·경의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 체포 시도와 동일하게 입법부 마비라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봤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유지 의사를 조기에 꺾게 만들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유지를 위한 협조 요청을 받고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고 무장 군인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는 상황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계엄 당일 밤부터 자정을 넘길 때까지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 장소를 오후 11시3분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소집했다가 당사(11시9분)→국회 예결위회의장(11시49분)에 이어 최종적으로는 당사(12월 4일 오전 0시3분)로 바꿨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의총 장소 변경으로 국회 진입 의사를 가진 국회의원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밖으로 나오게끔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봤다.
추 의원이 의총 안건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의총 장소를 당사로 변경한 뒤에도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무른 점 등을 근거로 의총을 열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특히 특검팀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과 2분가량 통화에 주목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재판에서 당시 추 의원과의 통화에 관해 “(계엄이) 오래 안 갈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추 의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계엄을 해제할 테니 여당은 개입하지 않도록 주문했고, 여기에 동조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박 특검보는 “추 의원이 반대했다면 대통령 입장에선 여당 원내대표까지 등 돌린 상황에서 계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며 “계엄 해제안 가결 후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포까지 시간도 상당 부분 줄었을 것이고 사회적 혼란이 줄어들어 회복도 빨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계엄 당일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3분 23초), 한덕수 전 총리(7분 33초)와 통화하면서 추 의원이 계엄의 불법성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이런 사실을 의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도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당시 계엄 해제안 가결 직전인 4일 오전 0~1시 사이 추 의원이 태블릿PC에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에도 대통령이 별도 해제 행위를 할 때까진 계엄 효력은 유지된다”는 취지의 1955년 대법원 판결문을 내려받았던 사실도 특검팀은 파악했다. ‘2차 계엄’ 선포 시 협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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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무리한 정치 기소" 반발
추 의원은 이날 기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정치 기소”라고 반발했다. 추 의원은 “특검도 영장실질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사전 공모가 없었음은 인정했다”며 “당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하고 국회로 이동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3일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일 기각됐다.
특검팀은 이날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내란 선동,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는 14일 수사 종료 기한을 앞둔 특검팀은 다음주 중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