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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민원 총공격" 전국 여대 뭉쳤다…동덕여대 공학 전환 후폭풍

중앙일보

2025.12.07 00:44 2025.12.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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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공학 전환 반대 관련 래커칠이 남아있는 모습. 뉴스1

동덕여자대학교(동덕여대)가 2029년을 목표로 남녀 공학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다른 여대에서도 여대의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이화여대·숙명여대·성신여대·덕성여대·서울여대·광주여대 등 전국 각 여대의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지난 3일 공학 전환 추진 계획을 밝힌 동덕여대 결정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에 동덕여대 공학 전환을 불허하라는 내용의 민원 ‘총공(총공격)’을 넣자”는 내용이다.

이들은 국민신문고에 ‘교육부는 동덕여대 정관 변경을 불허하고, 철저한 감사와 감독을 통해 학생 권리를 바로잡으십시오’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출하고 있다. 해당 민원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과정이 학생의 의사를 외면하고 비민주적으로 강행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학 본부가 학생 탄압과 권리 침해를 반복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또한 “여성이 안전을 보장받으며 교육의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구조적 차별을 외면한 공학 전환은 여성 인권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국민신문고에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사진 국민신문고 캡쳐

각 여대 내 여성학회 및 동아리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화여대 여성학 동아리 ‘래디(RAD-E)’는 성명을 내고 “여성은 (여대에서) 공정하고 안전하게 교육받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여성 연대를 경험한다”며 “여대 학우로서 동덕여대의 투쟁이 모든 여대의 투쟁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재학생 장모(21)씨는 “공학 대학을 보면 주로 총학생회장 등 리더는 남학생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차별이나 제약 없이 여성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은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지난 5일 “배움에 있어서 각종 차별에 노출되지 않고, 여성이 주도해가는 공간으로서 여대는 아직 필요하다”며 “배움의 공간을 뺏는 것은 가장 악질적이고 근본적인 차별”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내부에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전율 기자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이 다른 여대의 공학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성신여대 재학생 윤모(23)씨는 “지난해 우리 학교에서도 공학 전환 논의가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다음 순서가 우리 학교가 될지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성신여대는 외국인 특별전형 신·편입학 모집 요강에서 국제학부에 한해 모든 성별이 지원 가능하다고 공지했고, 이에 반발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공학 전환 불가피” 시각도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악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 3일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저출산 기조가 유지되는 경우 2040년 수도권 대학의 입학 가능인원은 27.3% 감소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인 일본의 경우 1998년 98개였던 여대가 폐교나 통합을 통해 2023년 73개로 줄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여대 유지보단 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대의 공학 전환은 1978년 수도여대가 세종대로 전환한 전례가 있다. 1990년대엔 과거 여대였던 대구가톨릭대·가톨릭대·상명대·신라대가 공학으로 전환된 바 있다.

한편 동덕여대 총학 산하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공학 전환을 놓고 학생 총투표를 실시했다. 학생 총투표는 재학생 과반수가 참여할 경우에만 개표가 가능하다. 위원회는 투·개표가 완료되는 대로 해당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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