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저녁 와인 1병이나 제로 슈가 소주 1병 반을 먹고, 그래도 부족하면 요즘은 일본 맥주나 3번 발효한 막걸리를 좀 더 마시고 자요. "
서울 평창동의 고급 실버타운에 사는 90세 할아버지가 하루에 마시는 주량이다. 폭탄주 소맥부터 막걸리, 위스키, 보드카, 중국 술 등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최애술’ 와인은 박스째로 쌓아놓고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해치운단다. 과연 술꾼이었다.
최연소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우전자 초대 사장, 대우경제연구소 회장을 지내며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온 김용원(90·이하 경칭 생략) 한강포럼 회장의 삶에는 ‘술’이 늘 함께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세요?”
“술 마시면 풀릴 거 뭐.”
“유산균은 따로 챙겨 드세요?”
“막걸리가 유산균인데 굳이.”
70년 가까이, 누군가에겐 폭음에 가까운 상당량의 술을 매일같이 들이켜면서도 아흔까지 버텨낸 ‘하이브리드 간(肝)’의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그도 40대 때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경쟁 사회에서 건강 못 지키는 사람이 진짜 낙오자”라는 처절한 깨달음을 얻은 이후, 국내외 건강 관련 서적 600권을 독파하며 ‘건강 전도사’로 변신했다. 건강 관련 책을 집필할 정도로 건강 비결을 섭렵했다.
술은 죄가 없다는 게 그의 결론. 오히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건강과 성공을 동시에 잡는 요령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술을 끊지 않고도 건강을 지키는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술 하나를 제외한 99가지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한다. 여전히 주 4회 저녁 약속과 주말 필드 골프를 거뜬히 즐기고, 지난해엔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요양보호사 국가 자격증을 딸 만큼 두뇌도 쌩쌩하다.
〈100세의 행복2〉 3화엔 상식을 깨는 90세 애주가 김용원의 음주법부터 식사법, 운동법까지 건강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한다. 그 나이에 큰 병치레 한번 없이, 그것도 좋아하는 술과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리라.
독주에 ‘한 방울’ 숙취 박멸 액체의 정체
지난달 19일 서울 평창동의 한 고급 실버타운에서 만난 그는 정갈한 셔츠에 파란 넥타이를 맨 신사의 모습이었다. 은퇴 후 정·재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한강포럼을 32년째 이끌며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싸’다. 이날 아침에도 조찬 모임을 하고 돌아온 길이라 했다.
그런 그에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자의 딴딴한 권위의식보다는 호방한 여유가 넘실거렸다.
“어제도 치즈에 레드와인 1병 마시고 잤어요. 허허”
그는 1년 전 실버타운에 들어온 뒤로는 방 안에서 ‘혼술’도 자주 즐긴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매일 술이면 간에 무리 안 가요?”라고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동료들 중에 제일 먼저 저세상 간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그는 술을 건강하게, 오래 마시는 공식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주 없이 술만 퍼마시던 사람들이요. 난 젊을 때부터 술과 잘 어울리면서도 영양가 있는 안주 없이는 술 안 마셨어요.”
그는 빈속에 마시는 술이 가장 해롭다고 본다. 술과 페어링 하기 좋은 음식을 물었다.
소맥엔 삼겹살, 와인엔 불고기, 위스키엔 기름기 있는 스테이크나 구운 흰살생선. 그는 “주로 안주를 보고 마실 술을 결정하는데,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에겐 철저한 안주 원칙이 있었다.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과 튀긴 음식, 흰 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은 절대 안주로 삼지 않는다.
그런 그가 비밀스럽게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춰 말을 이어갔다.
“요근래 독한 술에다가 이걸 조금 타 먹었더니만 술맛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위장에도 무리가 적더라고요.”
(계속)
김용원은 대우전자를 나온 이후 35년 넘게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파격적인 건강관리를 고수한다.
그는 “90년 가까이 몸을 썼다면 젊었을 때처럼 온전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굳이 병원에서 작은 병을 찾아내 질병화하고, 치료한다고 약물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오히려 병이 병을 만들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자신이 몸 상태에 대해서 평소에 세심하게 관찰해 큰 병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그는 지금도 만성 질환으로 먹는 약이 없다. 건강보조식품도 안 챙긴다.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가거나 입원한 일도 없었단다.
평생 술을 이렇게 먹고도 어떻게 건강할 수 있느냐고요? 운이 좋거나 유전이 좋아서라고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취재진도 의심했는데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실천한 음주 원칙, 식사법, 호흡법 등을 직접 확인하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호방한 술꾼 같지만, 그 이면엔 강한 절제력과 집요함이 있었습니다.
그는 “술은 자신의 주량의 절반 정도를 마시고 평소에 자신의 몸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며 “생활습관만 바꿔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김용원의 건강하게 술 마시는 방법은 물론 50년 넘게 실천한 ‘1일 1식 간헐적 단식법’,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기적의 호흡법’ 등 건강 노하우를 모두 담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