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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의 밤' 원대실 모인 국힘 의원들…韓에 "본회의장서 나가자"

중앙일보

2025.12.08 18:07 2025.12.0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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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내대표실에 함께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이 이뤄지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자당 인사들을 밖으로 유도했던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이에 실제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탈한 의원도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이런 유도 행위가 당시 군·경이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을 끌어내려 했던 것과 같은 행위였다고 봤다.



“당이 하나로 행동해야” 한동훈 본회의장 이탈 설득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88쪽 분량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였던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3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추 전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사로 소집한 소식을 들었다. 한 전 대표는 때마침 추 전 원내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어떻게든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추 전 원내대표는 “거기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있고, 공개된 장소인데 아래층(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여러 상황을 정리하고, 투표가 결정되면 올라가도 되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한 전 대표에게 이탈을 요구했다.

당시는 국회 경내에 진입한 계엄군이 본관으로 진입하기 30여분 전이었고, 국회의원들은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대기하던 시점이었다. 한 전 대표가 이탈하지 않자 추 전 원내대표와 원대실에 있던 신동욱 의원은 자정쯤과 오전 0시 27분쯤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장 휴게실과 본회의장까지 이동해 한 전 대표에게 “우리 당이 하나의 행동을 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재차 이탈을 요구했다.

신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 3명은 추 전 원내대표가 당시 긴급 의원총회 장소로 지정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이나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게 전화해 “나는 원대실에 있다” “원내지도부는 원대실에 있다”고 알렸다. 이에 송언석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희정 의원을 비롯해 예결위 회의장에 있던 의원 3명,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 1명이 원대실로 이동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특검팀은 “국회의원들이 위헌·위법한 계엄을 견제할 유일한 수단인 해제요구안 의결에 참여해 표결하는 것을 방해한 것”이라고 기재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인근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2차 계엄선포 가능성을 알고도 국회를 빠져나간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당시 국회가 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한 후에도 윤 전 대통령이 해제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당시 일부 언론이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가 국회에 남도록 요청했음에도 ‘당사 집결’ 공지를 유지하고, 본인도 원내대표실에 있던 일부 의원과 미리 준비된 차량으로 당사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2차 계엄 가능성에 대비한 국회 차원의 어떠한 시도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특검 "명태균 ‘공천 헌금 20억’ 의혹 제기가 계엄 가담 동기"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계엄의 위법성을 알고도 가담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나거나 통화한 뒤 추 전 원내대표와 긴밀히 소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9일 저녁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문 등을 준비하도록 지시했고, 같은날 추 전 원내대표를 관저로 불러 민주당의 정부 예산안 감액 처리 등에 대한 해결책을 검토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오전 11시 김 전 장관에게 계엄 계획을 알린 후 오후 12시54분 추 전 원내대표에게 전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2시 “민주당이 반국가적 행위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할 것을 예고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래 알겠다”며 응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특검팀은 계엄 날 오전 민주당이 명태균씨 녹취를 토대로 추 전 원내대표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20억원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던 것도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에 가담할 동기였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달 3일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3일 “혐의 및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은 영장 재청구 없이 지난 7일 추 전 원내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사건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에 배당했다.

추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한 전 대표와 통화한 시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1시30분에 연다고 통지하기 30분 전이었다”며 “원대실과 본회의장은 1분 내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와서 의견을 나누자 한 것인데 무슨 표결 방해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검 공소장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그랬듯, 재판 단계에서 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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