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中 비난하던 獨외무, 방중 좌절 후 태도 전환"
中서 발신 '협력 메시지' 평가…"美 떠난 유럽도 쉽지 않은 상황"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독일 외무장관이 '중국 견제' 메시지로 중국과 갈등을 빚다 우여곡절 끝에 방중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가 그의 '태도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9일 "2025년 중국에서 가장 우여곡절이 있었던 손님을 고른다면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밖에 없다"며 "지난번 방중 준비 전에는 중국에 각종 비난을 했는데, 이번에 중국에 와서는 태도가 꽤 괜찮았고 심지어 180도 매끄러운 대전환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 썼다.
앞서 바데풀 장관은 지난 10월 27∼28일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출발 사흘 전에 갑자기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뉴탄친은 카운터파트인 왕이 외교부장 외에는 다른 중국 당국자들이 아무도 바데풀 장관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는 당시 독일 매체 보도를 소개한 뒤 "그는 방중 직전까지 중국에 갖은 비난을 했는데, 몇몇은 완전히 근거도 없는 것이었다"며 "이런 '마이크 외교'를 중국이 받아줄 것 같은가"라고 했다.
매체는 바데풀 장관의 방중 연기 때문에 독일 정치권과 기업계에서 '외교 재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고 강조했다.
바데풀 장관이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 행동 등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며 견제해온 것에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 10월 방중 무산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뉴탄친은 바데풀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왕원타오 상무부장, 류하이싱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한정 국가부주석 등을 만나 잇따라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한 달 전의 바데풀과 다른 사람 같고, 이는 어쩌면 좌절 속의 진보(발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마이크 외교'의 배후에는 사실 몇몇 서방 국가의 오만이 있다. 항상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나라들에 간섭하기를 좋아한다"며 "하지만 이 세상은 이미 변했다"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내놓은 외교·안보 지침서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유럽의 인권 침해를 비난하고 유럽 문명이 멸망을 예언한 점, 바데풀 장관이 방중 기간 "세계에서 러시아에 강대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중국"이라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유럽연합(EU)을 돕고 러시아에 압박을 가해주기를 바란다고 한 점 등을 들어 그간 '한마음'으로 유럽의 버팀목이 됐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것 때문에 유럽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전날 바데풀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일곱 가지 역사적·법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왕 부장은 "일본 현직 지도자가 최근 뜻밖에 '대만 유사'에 일본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심각하게 침범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중국에 한 약속에 위배된 것이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와 전후 국제 질서에 직접적인 도전이며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리스크를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가 일본과의 갈등 상황을 들면서 독일을 향해 대만 문제에 관한 입장을 길게 거론한 것은 그간 '중국 견제' 발언을 하고 일본과도 공조해온 바데풀 장관에게 '경고'를 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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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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