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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정치적 하청기관될 것”…‘與 개혁안’ 성토 나온 대법 공청회

중앙일보

2025.12.09 00:26 2025.12.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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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등 사법 제도 개편안을 일방 추진하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해 졸속 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참석자들은 충분한 숙의 없는 개편은 사법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수 있고, 사법부가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과제 공청회' 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내란전담재판부,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

법원행정처는 9일 서울 서초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입법부가 각계 의견을 외면한 채 유례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사법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자, 사법부가 법률신문과 함께 만든 자리다. 사법 개혁을 주제로 대법원이 연 공청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1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자유·평등·정의 등 한글이 쓰인 넥타이를 매고 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개회사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가장 필요하고 바람직하고 시급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마련했다”며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경청하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기우종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고법판사는 먼저 “사법제도 변경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앞선 사법제도 개편 과정에 사법부 등 각계가 참여했던 점을 언급하면서다.

이어진 토론에선 여권의 일방 독주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 “특정 정치적 사건 처리를 위해 특정 성향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한다면 국민이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전례가 생기면 사법부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과제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어 “사법 신뢰의 핵심은 누가 재판을 받더라도 법과 양심에 따라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믿음”이라며 “정치적 사건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승만 정부의 압력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저항했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일화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정 변호사는 “번짓수가 틀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 지연의 병목은 대법원이 아니라 1·2심에 있다”면서다. 정 변호사는 “대법관이 늘면 재판연구관도 늘려야 해 1·2심의 유능한 부장판사급 인력이 대법원으로 대거 차출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힘겨운 하급심의 ‘인력 공동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인 김기원 변호사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 정원을 늘려 법관 1인당 업무량이 적정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지연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법관 증원”이라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과제 공청회'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11일엔 문형배·김선수 등 토론

오후에는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판결문 공개 확대, 재판 중계 제도 개선, 디지털 증거 증가에 따른 절차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어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 주제 토론도 이어져 노동법원 설치와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국민의 사법참여를 넓히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제기됐다.

둘째 날인 10일에는 ‘인권보장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상고제도 개편 방안’ ‘대법관 증원안’을 주제로 각각 논의가 이뤄진다. 마지막 날인 11일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선수·조재연 전 대법관 등이 참여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종합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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