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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유엔사 패싱' DMZ법에…국방부 "정전협정 따라야"

중앙일보

2025.12.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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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일대에서 국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26점의 유해와 철모, 화염병 등 5천여 점의 유품이 발굴됐다고 국방부가 28일 밝혔다. 사진은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하는 장병들 모습. dusgkqsbtm
유엔사령부(UNC, 유엔사)가 승인하지 않아도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비무장지대(DMZ)의 출입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국방부가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작전에는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여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이 발의한 해당 법안에 대해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지역"이라며 찬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일명 DMZ법)'에 대해 국방부는 9일 “'DMZ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DMZ 정전 관리의 책임이 있는 유엔사 측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명시적 반대는 아니지만, 유엔사와의 협의라는 조건을 단 셈이다.

DMZ법은 여당 의원들이 지난 8월 발의한 세 건의 법률안으로, 세부 조항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DMZ 출입을 통일부 또는 정부가 허가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을 둔 게 핵심이다. “통일부 장관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불구하고…출입 및 반입 등을 허가할 수 있다”(제12조)고 한 게 대표적이다. 동시에 해당 법이 기존의 ‘접경지역 지원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DMZ 관련 법안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제5조)도 뒀다. 실제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 판단에 따라 유엔사의 승인 여부와 관계 없이 DMZ 출입 및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는 정전협정에 따라 DMZ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유엔사의 권한과 충돌 소지가 있다. 정전협정 제1조는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 민사 행정 및 구제 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유엔사령관)이 책임진다”, “비무장지대 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지역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DMZ를 통한 남북 교류 사업 허가 여부를 놓고 정부가 유엔사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여당은 이를 실정법 제정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부는 이번 법안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지난 9월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한 검토 의견에서 “DMZ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도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 작전에 제한이 없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다른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군사작전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DMZ 내 평화적 사업의 이행 등과 관련해서도 “DMZ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명시할 필요” 등을 의견으로 제시했다.

이런 국방부의 의견은 공개되지 않았고, 외통위 법안 소위의 내부 심사 자료에만 담겼다.

국방부는 또 ‘DMZ법이 현행 군사시설보호법에 우선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로도 회신했는데, 이는 완곡한 반대 표명으로 볼 여지도 있다. 현행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MDL) 전 지역은 군사 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은 MDL 이남 10㎞까지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검토 의견을 통해 “정전협정은 국제법에 준하는 효력이 발생하고, 유엔사 규정에 따라 DMZ 출입 승인 권한이 군사정전위원회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전협정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유정.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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