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와 2분 통화…"오래 안간다, 걱정 말라"
중앙일보
2025.12.09 00:30
2025.12.09 00:36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게 전화해 "계엄이 오래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 내가 이제 잘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의 추 의원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22분께 추 의원과 2분 5초간 통화하면서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헌정 질서와 국정이 마비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조기 해제를 약속하며 협조를 요청했고, 추 의원은 반대 의견을 전혀 표하지 않은 채 이에 따르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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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홍철호·한덕수와 먼저 통화…“반대에도 대통령이 강행”
특검에 따르면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홍철호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 한덕수 국무총리와 각각 통화해 계엄 선포 경위를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홍 전 수석은 오후 10시 56분께 3분 23초간 통화하며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말리지 말라고 하고 강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전 총리도 오후 11시 11분께 7분 33초간 통화하면서 "국무위원들이 반대했음에도 대통령이 선포했다"고 밝힌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해제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였음에도, 추 의원이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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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측 의원들, 본회의장 이탈 유도 정황
공소장에는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들이 한동훈 전 대표 및 다른 의원들에게 연락해 본회의장을 벗어나도록 유도한 정황도 포함됐다.
원내대표실에 있던 의원 3명은 12월 3일 오후 11시 54분부터 4일 0시 13분 사이 본회의장·예결위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게 연락했고, 이 소식을 들은 의원 4명은 원내대표실로 이동해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신동욱 의원은 12월 4일 자정과 0시 27분 두 차례 본회의장에 가서 한 전 대표에게 "당이 하나의 행동을 해야 한다. 의견을 모아 입장을 정리하자"며 본회의장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한 것으로 기록됐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한 전 대표의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요청에 "민주당 의원들도 있고 공개된 장소인데, 밑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올라가도 되지 않겠나"라고 답하며 오히려 본회의장 이탈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유지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공소장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통화 후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하고 국회로 갔다고 주장했다. 또 "본회의장 이탈을 유도한 적 없으며, 본회의 개의 전에 의원들과 논의해 함께 가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의원 측은 “한 전 대표가 추 의원 제안대로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들과 회의했다면 오히려 표결 참여 의원 수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