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이 ‘일본판 CIA(중앙정보국)’인 국가정보국 신설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 첫 여성 총리직에 오른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공약으로 정보 수집 능력 확대를 위해 ‘인텔리전스 사령탑’으로서 국가정보국 신설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교도통신은 9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정보수집 기능 강화를 위해 장관직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장관급 인사를 기용해 외교와 안보 분야 정보수집을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내년 7월 설립되는 국가정보국은 기존 일본 내각정보조사실과 경찰청, 외무성, 공안조사청이 각기 모은 정보를 집약해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간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해온 내각정보조사실은 일본이 세계 제2차 대전에서 패하면서 1952년 설치한 내각총리대신 관방조사실을 모태로 만들어졌다. 총리에 이어 제2인자로 불리는 관방장관 산하에 있는 조직으로 통칭 ‘나이초(内調)’로 불린다. 일본 국내 정치 상황부터 해외 정세까지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는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이번 국가정보국 신설은 경찰청과 외무성 등 5개 기관에 분산된 정보를 집약해 관리하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강경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을 수립하며 합의한 문서에도 기재된 바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신설되는 국가정보국은 국가안전보장국과 동격으로 급이 격상된다. 각 부처에 정보 수집과 제공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는 별도로 관방장관이 의장으로 있는 내각정보회의도 총리와 각료(장관)가 참가하는 국가정보회의로 확대하고, 국가정보국이 이 회의 사무국 역할도 겸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 밖에도 외국 세력의 첩보 활동이나 스파이 행위를 막는 스파이방지법도 추진하고 있다. 1985년 자민당이 스파이방지법에 해당하는 국가기밀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법 위반시 최고형을 사형으로 한 데다,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당시 국민 반발에 부딪혀 법안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인텔리전스 기능을 강화하는 다카이치 정권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는 지난 8일 사설에서 다카이치 정권의 정보수집 강화와 스파이방지법 추진에 대해 “국민 프라이버시 침해 및 표현·보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