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정승우 기자]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
FC서울은 1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5-2026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페이즈 6차전 홈경기에서 멜버른 시티FC를 상대한다.
서울은 현재 2승 2무 1패로 4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원정팀 멜버른은 3승 2패로 2위에 올라 있다. 이번 6차전 경기에 따라 양팀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요동칠 수 있다.
이날 경기는 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전망이다. 앞서 5일 서울 구단은 "2025시즌을 끝으로 린가드와 계약을 종료하며 이별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오랜 시간 깊은 대화를 이어가며 팀과 조금 더 함께 해 줄 것을 설득했지만, 린가드의 의지가 분명했고 무엇보다 지난 2년간 린가드가 보여준 팀에 대한 헌신과 주장을 역임하는 등 외국인 선수 신분 이상으로 FC서울을 상징했던 선수였기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담아 대승적으로 선수의 요청을 최종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앞서 9일 오후 6시 사전 기자회견에 나선 제시 린가드는 "멜버른이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힘든 시간 많이 보냈지만, 좋은 순간도 있었다. 리그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좋은 모습 보였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 내일은 저에게 마지막 경기가 되겠지만, 팀에서도 의미가 큰 경기다. 좋은 경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린가드와 일문일답.
K리그에서 느낀 점, K리그가 어떤 의미로 남게 됐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피지컬적인 리그라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께, 동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이 제 생각보다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가 넘어가면서 선수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고,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했다. 지난해에 비해 팀에 있는 선수들이 시끌벅적해지고 감정 표현도 솔직하게 하는 것을 보며 매우 뿌듯한 한 해가 됐다.
피지컬적인 리그다. 쉽지 않았고, 많은 팀들을 상대하면서 저를 집중 마크하는 등 힘들게 하려는 팀들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름대로 활약 할 수 있어 기뻤다. 한국에 2년간 지내면서 성숙함이 늘었다. 주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성숙함을 배울 수 있었다. 2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한국에서 2년 동안 뛰며 가장 좋았던 순간과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자면.
-축구적으로 잊고 싶었던 기억은 지난해 홈에서 5연패를 했을 때다.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다. 힘든 시간이었다. 다행히 멋지게 이겨내고 연승을 달리면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최고의 순간은 올 시즌 강원전 홈경기다. 0-2로 지다가 4-2로 역전승했던 그 경기다. 재밌고 흥분했다. 아직도 떨린다. 올 시즌 첫 역전승이었고, 그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경기장 바깥에서 최고의 순간은 팬분들과의 만남이다. 경기장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다. 순간 순간이 행복했었다. 광고, 프로그램 촬영도 하면서 개인적인 활동에 도움이 됐다. 너무도 즐거운 생활이었다.
최악은 힘들지만, 작년 전동 킥보드를 타면서 이슈가 됐던 순간이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한국에 와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유럽에서는 당연시했기에 한국에서는 큰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당황했다. 깜짝 놀랬던 순간이다.
떠난다는 이야기를 한 뒤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서울 이후의 행보는.
-떠난다는 메시지를 공식 채널에 올린 뒤 특정 선수가 찾아오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그다음날 선수들이 찾아와 사진도 찍었고, 유니폼에 싸인도 받아갔다. 대화보다는, 선수들이 해당 사실을 알고난 뒤 훈련장에서 저에게 많이 다가와줬다.
선수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평생 친구고,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다. 동료들에게도 영국이나 맨체스터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난뒤 제 유니폼, 축구화를 많이들 가져갔다. 동료이자, 평생 연락할 가족으로 남는 것 같다.
다음 스텝, 모른다. 신만이 알고 있다.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 중이다. 가족이 보고 싶다. 딸과 어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 연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 온 뒤 몸 상태,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어디를 가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몸 관리도 잘할 것이기에 걱정은 없다. 일단 12월 가족에 집중하고 1월달이 되면 자세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서울 합류 당시 한국에 온 목표를 행복과 인정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이룬 것 같은지.
-개인적으로는 이룬 것 같다. 다들 알고 계시겠으나, 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생소한 문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생각보다 너무 잘 지냈다. 원했던 바를 다 이룬 것 같다.
감독님께도 말씀드린 내용이지만,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 너무도 행복했다. 행복도 행복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팀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경기 후 울지 안 울지는 모르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는 떠날 때 울었다. 저는 서울에서도 그 정도의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눈물이 흐를지, 안 흐를지는 내일이 돼야 알 것 같다.
가족 이야기가 있었다. 딸 호프가 한국에 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에 딸의 첫 반응은.
-오래전부터 가족들은 알고 있었다. 최근에 다시 이야기했는데, 놀란 표정을 보여줬다. 딸이 서울을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아빠가 다시 돌아간다는 소식에 다시 좋아했다. 가족이 너무 중요하다. 빨리 영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