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이 떠난 자리를 메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7번 후계자’ 사비 시몬스(22, 토트넘)는 결국 해냈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에서 브렌트포드를 2-0으로 제압하며 공식전 5경기 무승(2무 3패) 사슬을 끊었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무엇보다 토트넘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연 등번호 7번의 부활이었다.
전반 43분. 브렌트포드의 빌드업 실수를 놓치지 않은 시몬스는 공을 탈취하자마자 폭발적으로 치고 나갔다. 드리블 한두 번으로 수비 라인을 찢어놓았고, 마무리 역시 침착했다. 오른발로 골문 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슈팅. 토트넘이 승부의 균형을 완전히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그가 온몸을 뒤흔들며 포효한 이유가 있었다. 이 골은 단순한 시즌 첫 골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비난을 뒤집는 ‘증명’ 그 자체였다.
사실 시몬스는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인데, 여기에 이적료 6000만 유로(약 1023억 원)라는 가격표까지 달렸다. 골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 내용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도움 단 1개. 모든 대회를 합치면 무려 17경기 연속 무득점. 그를 향한 영국 현지 여론은 냉혹했고, SNS에서는 벌써 ‘실패한 대체자’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하지만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풀럼전 교체 출전 당시 31분 동안 슈팅만 두 차례 기록하며 애매한 활약을 했음에도, 그는 오히려 마음을 다잡았다. 어떤 변명도, 어떤 합리화도 하지 않았다. 대신 훈련장에서 자신을 몰아붙였고, 그 결실이 브렌트포드전에서 드디어 터진 것이다.
경기 뒤 시몬스의 말은 묵직했다. “공을 잡았을 때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난 공과 함께 뛸 때 상당히 빠르다. 공간으로 뛰었고, 마침내 골이 들어갔다.” 이어 그는 그동안의 압박을 떨쳐낸 듯 솔직하게 털어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골이 올 줄은 알고 있었다.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흥미로운 건 그의 주급이다. 주급 19만 5000파운드(약 3억 7900만 원). 토트넘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레전드, 10년을 뛰며 팀을 이끌었던 손흥민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이 정도의 보상을 받는 선수라면 당연히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시몬스는 첫 골로 그 무거운 책임의 첫 장을 열었다.
시몬스는 마지막까지 당당했다. “나는 축구에 굶주렸다. 토트넘에서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 매일 꿈을 이루는 기분이다.” 그의 표정엔 ‘이제 시작’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토트넘의 ‘7번’이라는 상징. 부담과 기대, 역사와 압박이 공존하는 번호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