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멕시코의 살아 있는 전설이 또 한 번 월드컵 무대를 꿈꾼다. ‘국가대표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AEL 리마솔)가 통산 6번째 FIFA 월드컵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의지를 내비쳤다.
오초아는 9일(한국시간) 멕시코 대표팀에 대한 갈망을 SNS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팬 한 명의 SNS 글에 대한 반응으로 그 의사를 표형했다.
해당 팬은 “그가 지금 어디 있든,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개막전에서 또다시 별 5개짜리 활약을 펼칠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러자 오초아는 곧장 웃는 이모지와 거수경례 이모지로 답했다. 단순한 반응 같아 보이지만, 대표팀에 다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부르면 즉시 뛰겠다는 메시지다.
오초아의 월드컵 역사는 남다르다. 2006 독일 대회에서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2010, 2014, 2018, 2022년까지 다섯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다. 실제 출전은 세 번뿐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월드컵 때마다 강렬했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인 ‘신들린 선방 쇼’는 아직도 회자된다.
만약 오초아가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월드컵 본선 6회 참가 기록을 쓰게 된다. 이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업이다. 세계 축구의 ‘GOAT’들과 나란히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오초아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문제는 현재 경기력이다. 오초아는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키프로스 AEL 리마솔로 옮겼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시즌 10경기에서 무려 17실점을 허용했고, 클린시트는 단 두 경기뿐이다. 특히 아폴론전에서는 치욕적인 장면까지 있었다.
[사진]OSEN DB.
상대의 코너킥이 직접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올림피코 골’을 허용한 것. 오초아는 파울을 주장했지만 비디오 판독(VAR)은 그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경기는 결국 2-2로 마무리됐다.
대표팀 상황도 밝지 않다. 오초아가 마지막으로 멕시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건 지난 7월 골드컵이다. A매치 출전 기록은 2024년 11월 온두라스와의 네이션스리그 8강 1차전이 마지막이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에서 신구 조화를 꾀하면서, 오초아의 입지는 과거만큼 탄탄하지 않다. 현지 언론도 그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초아의 이름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A조에서 멕시코와 맞붙는 한국으로서는 그의 선발 여부와 상관없이 명단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험 많고 묵직한 베테랑 골키퍼의 존재는 팀 동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상대에게는 압박을 준다. 오초아가 벤치에 있더라도 경기 흐름을 흔들 수 있는 상징적 힘은 여전히 크다.
멕시코 대표팀은 언제나 월드컵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 왔다. 그 중심에 오초아가 있었다. 그가 AEL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6번째 월드컵이라는 역사적 기회를 앞두고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는 그의 반응 하나만으로도 멕시코 팬들은 들썩였고, 한국 역시 긴장할 이유가 생겼다.
오초아가 월드컵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그의 이름이 명단에 오르는 순간, 한국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6번째 월드컵을 꿈꾸는 멕시코의 전설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무대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