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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F-16 투입해 캄보디아 공습…양측 7명 사망 '다시 전운'

중앙일보

2025.12.09 04:08 2025.12.0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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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캄보디아-태국 국경 충돌로 주민들이 대피해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한 사원에서 쉬고 있다. 이날 국경 지역에서 재차 충돌이 발생해 태국군 2명이 추가로 사망하면서 태국군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AFP=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지대에서 다시 격렬한 무력 충돌을 벌이면서 태국군이 F-16 전투기를 투입해 캄보디아 영토를 공습했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체결된 평화협정이 두 달여 만에 흔들리고 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군은 8일(현지시간) “캄보디아군의 포격 진지를 제압하기 위해 F-16 전투기를 투입해 여러 군사 목표물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태국 육군 대변인 윈타이수바리 소장은 “자위권 차원의 공습이며 민간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즉각 반발했다. 말리 소치아타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은 “태국군의 F-16 공습으로 민간인이 부상하고 주택 일부가 불탔다”며 “캄보디아는 보복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태국 수린주 파놈동락 지역에서 캄보디아군과 교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태국군이 프라삿 타 꾸와이 고대 사원 인근을 군 차량으로 순찰하고 있다.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으로 양국 군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접경 지역 주민 50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태국 육군에 따르면 이번 교전으로 태국군 3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EPA=연합뉴스
이번 교전은 7일 국경 지대에서 벌어진 30분가량의 총격전을 두고 양측이 서로 “정전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시작됐다.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영토를 침입한 뒤 도로 보수 중이던 태국군에 먼저 발포해 태국군 2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고,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먼저 사격했다”고 맞섰다.

양측의 충돌은 8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태국군은 캄보디아 공격으로 병사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태국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공습의 원인 중 하나는 캄보디아군의 중국산 장거리 로켓포(PLH-03) 움직임 때문”이라고 전했다. 태국 국방부 대변인 수라산트콩시리는 “캄보디아군이 중국산·구소련산 로켓을 민간 지역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어 관련 군사시설을 선제 타격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프랑스 인도차이나 통치 시기 형성된 800㎞ 국경을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이어왔다. 지난 7월에도 닷새간의 무력 충돌로 66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피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지뢰 매설·소규모 총격 등 충돌은 계속됐다.

교전 재개로 양국 국경에서는 대규모 대피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은 국경 인근 주민 40만 명 이상을 대피시키고 있으며, 캄보디아 역시 오다르 메안체이주에서 1157가구가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9일(현지시간) 태국 수린주에서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의 충돌을 피해 집을 떠난 주민들이 대피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국 정부는 협상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아누틴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TV 연설에서 “이제 어떤 종류의 협상도 없다. 전투 중단은 캄보디아가 태국의 방침을 따를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이야프루크두앙프라팟 태국군 참모총장도 “캄보디아 군사력을 장기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어떠한 국가의 합법적 주권도 침해할 의도가 없다”며 “국경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외교 치적’으로 불렸던 평화협정은 이번 사태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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