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많이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프로축구 FC서울의 스타 공격수 제시 린가드가 소속팀과 2년간의 동행애 마침표를 찍는 소감을 밝혔다. 린가드는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10일 오후 7시)을 하루 앞두고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에서 행복하지 않았다면 계약 기간을 다 챙기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라며 "주장을 맡으면서 선수로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K리그는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무대다. 적응이 쉽지 않았다"며 "첫 시즌에는 한국 선수들이 생각보다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제는 어린 선수들이 시끌벅적해지고 자기 의견을 잘 내세우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게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 출신인 린가드는 맨유 소속으로 EPL에서 149경기 20골을 포함해 공식전 232경기에 출전하며 35골을 넣은 스타 공격수다. 2021년까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A매치 32경기에 나서서 6골을 넣었다.
린가드는 지난해 2월 서울과 계약하며 큰 관심 속에 K리그1 무대를 밟았다. 그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 26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엔 34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작성하며 처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두 시즌 동안 K리그1 60경기에 나서 16골 7도움의 성적표를 남겼다. 하지만 린가드는 계약 연장 옵션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10일 예정된 멜버른 시티와의 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이 그의 고별전이다.
린가드는 특히 "2년 동안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떠났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즐거워서 계약 기간을 채웠다. 서울 구단과 유대감이 깊어져 내일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서울에서 가장 좋은 순간에 대해선 "지난 10월 강원FC전에서 0-2로 지고 있다가 4-2로 역전승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짜릿하다"며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광고촬영까지 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가 '잊고 싶은 순간'으로는 지난해 9월 불거졌던 '무면허 전동스쿠터 탑승'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사건으로 린가드는 경찰로부터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승차정원 위반, 역주행 혐의로 19만원의 범칙금 부과 통고 처분을 받았다. 린가드는 "한국에 와서 겪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유럽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한국에서 잘못된 행동인지를 잘 몰라서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다음 행선지에 대해선 말을 아겼다. 그는 "우선 영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고 싶다.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때"라며 "내년 1월쯤이면 다음 계획의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