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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깜빡했네"…코로나 앓고 난 후 '기억력 저하'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2025.12.09 13:00 2025.12.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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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질병관리청
전 세계 인구 1억5400만 명 이상이 겪는 코로나19 감염 뒤 집중력·기억력 저하 증상의 병리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1)을 비강으로 투여한 결과, S1 단백질이 뇌에 도달해 신경세포 간 연결(시냅스) 기능을 방해하는 등 인지 장애를 일으키는 기전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S1 단백질은 기억 형성에 중요한 NMDA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고, 치매·파킨슨병과 관련된 독성 단백질의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억7000만 명 이상이다. 이 가운데 약 20~30%가 피로,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와 같은 지속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동안 S1 단백질이 퇴행성 변화를 유발한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직접적인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 질병관리청
그런데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의 동물 실험(수중 미로 실험)에서 S1 단백질을 투여한 쥐가 대조군보다 숨겨진 플랫폼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학습·기억력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개방 공간 행동 실험에서도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 행동이 증가해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 저하와 유사한 양상이 관찰됐다.

또한 투여 6주 후 뇌(해마)에서 신경세포 수 감소와 함께 퇴행성 뇌 질환에서 나타나는 타우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과 같은 병리 단백질의 축적이 확인됐다. S1 단백질로 인한 장기적인 뇌 손상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치료 가능성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같은 조건에서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함께 처리한 실험에서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되고 독성 단백질 축적이 줄어드는 효과를 관찰했다. 메트포르민은 널리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의 보호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 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첫 과학적 근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의 가능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는 2022년 8월부터 '만성 코로나19증후군 조사연구 사업'을 통해 국내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양상 및 원인 기전 규명 연구와 치료제 발굴을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간 증상을 겪는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과학적 근거 기반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및 뇌질환 연구를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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