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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2026년 세계경제가 받게 될 AI 청구서

중앙일보

2025.12.16 07:10 2025.12.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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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AI는 2025년 세계 경제를 달궜다. 2026년에는 대가가 드러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약 절반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관련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AI 수요 확대의 직접적 수혜를 입었다. AI는 2026년에도 핵심 경제 이슈로 남겠지만, 논의의 성격은 더 복잡해지고 정치적 민감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고용을 늘렸다. 아시아의 기술 인력과 미국의 건설 인력이 대표적 수혜자였다. 2026년에도 투자는 이어지겠지만, 최근의 과열 국면보다 증가 속도는 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제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노동력은 공장이나 주택을 짓는 데 사용할 수 없는 자원이다. 그 결과 일부 건설 프로젝트는 지연되거나 비용이 상승한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미국 내 공장 건설 붐이 2025년 들어 둔화한 데에는 정책 불확실성뿐 아니라, 건설 인력이 전통적 투자 영역에서 AI 인프라로 이동한 영향도 작용했다.

김지윤 기자
공장은 가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AI의 경제적 가치는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본격적인 성과를 내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전통적 인프라에서 AI 인프라로 자원을 이동시키는 일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위한 투자이지만, 이는 현재 시점의 확실한 성장 기회를 일부 희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2026년 AI를 둘러싼 논의가 ‘가격’과 ‘물가 인식’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이미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이 시작됐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사는 소비자와 기업은 더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생계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에게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가정용 전력 계량기의 약 4분의 3은 스마트 계량기다. 전기요금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빈번한 구매’로 체감된다. 소비자는 자주 접하는 가격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향후 물가 인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전통 산업은 비용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이익률 축소를 감수하거나,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형태로 비용을 전가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AI 논의는 잠재적 편익과 투자 붐, 주식시장 과열에 집중됐다. 그러나 2026년에는 전력과 자원이 AI 산업으로 집중되며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더 물가와 정치의 문제가 되고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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