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1년 중에 불법 음주운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간 음주운전 사고는 7만5950건이었고, 1161명이 사망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월별로 보면 12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금요일 밤 10시~자정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송년회 등이 집중되는 연말이 되면서 후진국형 음주운전 교통사고 소식이 잇따라 들리니 걱정스럽다.
음주운전 12월, 금요일 밤에 집중
여성 음주운전 사고 늘어 경각심
교통공단·경찰 공익 캠페인 필요
요즘 음주운전 사고 유형을 보면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이 눈에 띈다. 성별에 따른 음주운전 사고에서 여성 운전 비중이 매년 높아지는 현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알코올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전체 음주운전 사고에서 여성 운전자 비중은 2021년 11.9%, 2022년 12.7%, 2023년 13.3%로 상승 추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주류 업체들이 여성의 소비 확대를 노리고 ‘순한 소주’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드라마·영화 등에서 젊은 여성의 폭음 장면이 자주 노출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여성은 신체 특성상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 여성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주도록 경찰·도로교통안전공단·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 등이 공익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음주운전은 범죄이지만, 처벌 수위가 여전히 솜방망이란 지적도 많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인정되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또는 치상죄를 적용한다. 상해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실제로는 대체로 5년 이하 선고)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사망 사고일 경우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이다. 정상적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또는 치사죄를 적용해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프랑스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운전자에 최대 징역 7년, 벌금 10만 유로(약 1억7000만원)까지 선고할 수 있다. 영국은 최대 징역 14년에 벌금은 상한액이 없다. 일본은 최대 징역 30년까지 가능하다. 특히 동승자는 물론 술을 제공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면서 한국보다 인구가 2배가 넘는 일본의 음주운전 사망 건수는 2017년 198명에서 2021년 120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K컬처 영향으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음주 운전자에 의한 외국인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한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10월 말 서울 강남에서 캐나다 국적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11월 초에는 한류팬인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50대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처벌 수위가 일본보다 너무 낮다고 지적해 국격에 흠집도 났다.
음주운전 피의자를 많이 상대하는 직업 특성상 필자가 꼭 들려주고 싶은 대목이 있다. 많은 운전자가 간과하지만, 음주운전에 따른 책임은 형사상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는 본인과 피해자 차량 수리비, 치료비와 일실 수입 보상, 위자료 등 모든 손해를 부담할 책임이 생긴다.
특히 음주 운전자의 경우 운전자보험의 청구 면책사유다. 음주 운전자는 교통사고 처리지원금(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용을 받을 수 없다. 음주운전 가해자가 구속되는 경우 막대한 배상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서울남부구치소 본관 전광판에 뜬 ‘음주운전 최종피해자는 가족입니다’라는 문구처럼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필자가 만난 음주운전 피의자들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여전히 약하고, 음주운전에 따른 막중한 책임에 대한 경고가 부족하다. 음주운전 근절은 한국사회 전체에 던져진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