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의대 정원 규모 등을 정하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2040년 국내 의사 수가 최대 1만8000여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 결과가 제시됐다. 다만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추가 변수를 얼마나 반영할지에 따라 의사 수급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어 향후 결론에 관심이 쏠린다. 애초 결론 도출을 목표로 한 마지막 회의에서 위원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위원회는 다음주 회의를 한번 더 열기로 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지난 8일 제9차 회의에서 2025~2040년 의사 인력 수요·공급 추계 결과를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2040년 의사 공급은 13만1498명으로 추산됐다. 같은 시기 전체 의료 이용량이나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 등을 고려했을 때 의사 수요는 최소 14만5933명에서 최고 15만237명으로 예측됐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40년 의사 부족 규모는 최소 1만4435명에서 최대 1만8739명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활용한 추계 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는 2040년 1만6746명, 서울대 홍윤철 교수는 1만8102명 부족하다고 추계했다.
전 정부는 2035년 의사 정원 1만 5000명 부족을 내세워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다. 당시 권 박사, 홍 교수,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2035년 1만 5000명 부족'으로 추산했다.
이번 추계위는 2035년 의사 인력이 최소 4000~최대 1만명 정도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 정부보다 부족 예상 인원이 다소 적게 나왔다.
다만, 추계위의 이번 추계 결과는 위원들이 합의한 기본 모형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기본모형 결과에 추계위 내 대한의사협회 등 공급자 단체들은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의사의 반영률, 과거 자료 활용 기간 등을 두고서다. 추계위 A위원은 "AI로 의사 역할을 최대로 잡을 경우 의사가 최대 1만 명 남는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며 "그걸 반영하지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또한 기본모형을 추산할 때 과거 자료를 2002~2024년 진료분을 활용하기로 했는데, 의협은 2014~2024년으로 좁히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위원은 "과거 진료 시기를 넓게 잡기로 합의해 놓고 의협이 인제 와서 좁히자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현재 자료에 나타난 의료 이용 행태가 향후에도 동일하게 지속한다는 가정을 장기 추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위원회 차원의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원들은 그간 회의에서 쟁점이 된 의사 근무 일수 등을 반영한 추계 시나리오를 제출한 상태로, 이날 최종 결론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계위 위원장인 김태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은 회의 종료 후 "기본 모형 2가지를 바탕으로 오늘은 주로 여러 시나리오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고, 다음 주에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결론 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다른 추계위 위원은 "수요 추정은 과거의 의료 이용 증가 속도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얼마나 부족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원들에게 의견을 최대한 모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추계위 자료를 토대로 조만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어 2027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최근 추계위를 향한 비판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현재 추계위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과학적 추계를 수행하기보다 핵심 변수와 추계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도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추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추계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8명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 등 공급자단체(의료계) 추천을 받은 위원들이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다음 달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추계위 결과를 정책적으로 판단해 보정심에서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