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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공정성 논란 휩싸인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중앙일보

2025.12.2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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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7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는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창업주의 사망 이후 유가족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유가족 지분을 포함한 약 98%의 경영권 지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간사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매각 절차는, 지난 11월 11일 본입찰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이, 해외에서는 여러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12월 8일, 주간사들은 중국계 대형 사모펀드 힐하우스가 약 1조100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몇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큰 논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방식의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인수 의지가 강했던 흥국생명은 최대주주와 매각 주간사 관계자들을 공정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했다.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으로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주간사가 힐하우스에 추가 가격 인상을 유도해 최종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의 과정과 결과를 문제 삼은 것이다. ‘경매식 호가 입찰’로도 불리는 이 방식은 한 차례의 본입찰로 절차를 종료하지 않는다. 대신, 인수 의지가 강한 후보자들에게 이길 수 있는 가격이나 주요 조건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며 추가 제안을 유도한다. 매도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M&A 거래에서 복수의 후보자가 대상 기업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경쟁할 때 종종 활용된다.

이와 관련된 첫 번째 쟁점은, 흥국생명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전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는지다. 매도인이나 자문사 측은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입찰제안서나 안내문에는 거래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대신 ‘입찰 절차는 매도인의 판단에 따라 수정·중단·재개될 수 있다’는 식의 매도인에게 유리한 문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두 번째 쟁점인 ‘흥국생명의 본입찰 정보를 힐 하우스에 유출시켰는가’에 이목이 쏠린다. 입찰 정보 유출은 거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이며, 당사자들 간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레시브 딜이 본질적으로 실행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이다. 이지스의 매각은, 그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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