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조정식 특보" 다음날…정청래, 노골적인 '박지원 챙기기' 왜

중앙일보

2025.12.29 12:00 2025.12.29 12: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당 최고위 도중 5선의 박지원(83·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 이름을 공개적으로 세 번 불렀다. 회의 초반 “2026년도에 특별한 예산을 전남에 많이 편성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신규 산업이 들어갔다”며 ‘김 산업 진흥원’ 출범을 대표 사례로 언급하려다 “박지원 의원님 어디 계시죠?”라고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법원이 1심 무죄를 선고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하 서해 사건)을 “전 정부의 조작 기소”라고도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이던 박 의원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는데, 그에게 “위로하고 축하한다”면서 한 말이다. 정 대표는 법무부에 “이 조작 기소 의혹 관련된 자들에 대한 감찰, 그리고 수사를 철저하게 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하며 “미진할 경우 서해 사건 조작 기소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이 자신이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임에도, 정 대표는 이날 회의 종료 직전 거듭 박 의원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무죄 소감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특히 정청래 대표님을 비롯한 의원, 당원들께 감사드린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본인에게 직접 격려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의원(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정 대표와 박 의원의 갑작스럽고도 노골적인 ‘찰떡 궁합’에 여권은 “내년 치러질 국회의장 선거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사람 간 일종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된 것”(전직 의원)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어제(28일) 이 대통령이 조정식 의원을 정무특보에 임명하자, 이를 의식한 정 대표가 오늘 의도적으로 박 의원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의원(6선)과 5선의 김태년 의원, 박 의원 간 의장 선거 물밑 ‘3파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 대표가 박 의원에 대한 우회 지원을 시도했다는 시선이다.

박 의원은 최근 당내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 대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김병기 원내대표와 관련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5일 라디오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를 했지만 더 자숙해야 된다”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정·박(정청래·박지원)’ 연대는 이달 초 당 중앙위원회에서 1인 1표제(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의결권 차등을 없애는 것)가 부결돼 정 대표가 코너에 몰렸을 때 가시화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선이다.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싸늘했던 시기다. 정 대표가 ‘명청 갈등’ 프레임에 휘말리고, 기존 ‘친청(친정청래)’의원들이 나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와중에 박 의원이 “김대중 총재님도 총재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지만, 다시 당을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성공했다”(6일)고 정 대표를 공개 옹호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정청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 선교 14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뉴스1

박 의원은 최근 주변에 “죽어서 김대중 대통령님 곁에 묻힐 수 있다면 그만한 영광도 없을 것”이라며 의장 도전 배경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기 시작한 걸 감안하면 정 대표의 ‘당원 주권주의’는 호남 외 지역 의원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박 의원에게도 매력적 구호다.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 입장에서도 전남 서부권의 오랜 맹주인 박 의원의 지지는 큰 힘이 된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그간 두 사람의 정치적 케미(궁합)가 화합보다는 갈등에 가까웠다는 점을 상기한다. 지난해 3월 민주당 공천을 받은 박 의원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함께 유튜브에 나가 “(혁신당) 명예당원이 좋다”고 발언했을 때,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정 대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비난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는 당시 문재인 의원의 대표 경선을 도운 정 대표가 맞상대였던 박 의원을 전담마크했다. 갈등이 고소전으로 번질 정도였다. 정 대표는 2022년 박 의원의 민주당 복당 심사 때도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한다”며 구원(舊怨)을 문제삼았다.

2015년 문재인(오른쪽 두번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와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협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 왼쪽은 박지원, 이인영 당대표 후보. 중앙포토



심새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