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4.9%로 전년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크게 늘어나고, 중증질환 보장률은 소폭 하락했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일 건보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0일 이러한 내용의 '2024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환자의 총진료비(급여·비급여 포함)는 13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험자(건보공단) 부담금은 90조원, 법정 본인부담금은 26조80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21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비율)은 64.9%로 나왔다. 2023년과 동일하고, 2022년(65.7%)보다 0.8%포인트 낮은 수치다. 제증명수수료 같은 행정 비용, 영양주사·상급병실료 등 급여화 필요성 낮은 항목을 제외하고 보장률을 별도로 산출하니 66.6%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전년(66.7%) 대비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기관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72.2%)·종합병원(66.7%)·병원(51.1%)·의원(57.5%)의 보장률은 전년 대비 늘었다. 특히 병원급 상승엔 산부인과 정책 수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요양병원(67.3%)과 약국(69.1%)의 보장률은 1년 새 감소했다. 여기엔 암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건보 보장률이 제자리걸음 한 가운데, 전반적인 보장성 확대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전년 대비 8.1%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율은 보험자 부담금(4.3%)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전체 의료비 중 비급여 본인 부담률도 15.8%로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9년(16.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료기관 자율에 맡긴 비급여 시장 팽창과 함께 비필수·과잉 항목 등이 계속 생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중증·고액 질환의 보장률은 1년 새 소폭 줄었다. 1인당 중증·고액 진료비 상위 30위 질환(백혈병, 췌장암, 림프암 등)의 보장률은 80.2%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암·심뇌혈관·희귀난치 질환 같은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도 81%로 0.8%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환자가 부담할 몫이 늘었다는 걸 보여준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건강보험 지출이 해마다 늘고, 국민이 내는 비용 부담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건보 재정을 아무리 투자해도 비급여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라면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보 보장성을 높이고, 비급여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