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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잡아 온 트럼프, 같은 마약 사범 한 달 전 사면..."형평성 없다" 미국 정계 시끌

중앙일보

2026.01.04 22:43 2026.01.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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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것을 두고 국제 사회는 물론 미국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4일 일요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에어포스 원으로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유사한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직접 사면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마약 단속 아닌 전쟁…의회 승인 없었다”

야당인 미국 민주당은 의회의 승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펼친 점에 대해 맹비난했다. 하킴 베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4일 NBC 인터뷰에서 “이번 건은 단순한 마약 단속 작전이 아닌 전쟁행위였다”며 “헌법에 따라 전쟁 선포 및 이와 관련한 행동을 승인할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에 탑승한 마두로 대통령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SNS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마두로는 끔찍한 인물”이라면서 “그렇다고 불법을 또 다른 불법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식의 정권 교체와 국가 건설을 시도할 때마다 미국인이 피와 돈으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수년간 배워왔다”고 덧붙였다.

마가(MAGA)의 핵심으로 분류되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국면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정말 마약 카르텔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카르텔을 공격했어야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펜타닐의 주요 유입 경로는 베네수엘라가 아닌 중국과 멕시코 루트인 점을 꼬집은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참모들과 함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트루스소셜
반면 하원 법사위원장인 공화당 짐 조던 의원은 CNN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악당을 법의 심판대로 끌고 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원장 톰 코튼 의원은 정권 축출 후 친미 정권이 들어서게 한 1989년 파나마 침공 작전을 언급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의 뒷마당에서의 안정과 질서, 번영에 기여할 미래의 친미적 베네수엘라 정부”라고 주장했다.



‘마약 밀매’ 사면해놓고…유사 혐의로 체포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2022년 4월 21일 후안 올랜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마약 밀매 혐의로 현지에서 체포된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그를 사면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한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사실상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마두로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마약 관련 혐의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했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의 혐의와 사실상 동일하다. 그는 마약 밀매 조직과 결탁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지의 마약을 미국으로 보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6월 징역 4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난데스를 불과 한 달 전에 사면했다. 심지어 두 사건은 모두 2010년부터 미국 마약단속국(DEA) 내 같은 팀이 수사를 맡았고, 기소한 주체도 뉴욕남부지방검찰청으로 동일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마약단속국(DEA) 뉴욕지부로 연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때문에 야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일한 혐의가 적용된 두 인사에 대해 한 명은 사면하면서, 다른 한 명은 군사력을 동원한 체포 작전을 지시한 모순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회견에서 이러한 모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사면한 그 남자(에르난데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대우한 것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는 매우 불공정하게 박해받았다”고 답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ABC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나는 에르난데스 사면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마두로, 美법정 출석…“변호인 선임도 난관”

마두로 대통령은 5일 정오(한국시간 6일 오전 2시) 뉴욕 맨해튼의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 인정 여부 절차를 밟는다. 마두로와 함께 체포돼 압송된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도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5일 정오 법정에 첫 출석한다. AFP=연합뉴스

AP통신은 “마두로의 혐의 사실에 대한 방어 논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재판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마두로는 체포 과정의 불법성과 함께 주권 국가의 원수는 형사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부정선거를 이유로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법원은 외교 분야에선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1989년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마두로의 경우 미국 정부가 현상금까지 걸어 공개 지명수배했기 때문에 면책특권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1990년 압송돼 재판을 받았던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도 면책특권을 주장했지만 4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원은 노리에가 판결 당시 주권국에서 진행된 체포 문제에 대해서도 ‘해외에 체류 중인 피의자를 강제로 데려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행정부의 주장을 수용했다.

마두로는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어렵다. 마두로는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그에게 수임료를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 차원의 변호 비용 부담도 미국의 금융 제재 때문에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지시간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감된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 소재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무장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과거 노리에가는 허수아비 대통령을 세워 파나마를 통치했지만, 마두로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직함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마두로를 노리에가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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