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사건을 관조해보면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었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 전 대표가 일찍이 사과했으면 정치적 파급력은 진작에 소멸됐을 일이었던 까닭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적확하게 들어맞는 이번 사건은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2022년 9월 당시 방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 일이 그리 커질 줄 몰랐을 것이다. ‘○○○’ 부분을 두고 일부 언론은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았고, 대통령실은 ‘날리면’이 맞다고 반박하며 법적 공방까지 이어졌다.
당시 많은 사람은 이 문제를 대하는 윤 전 대통령과 용산의 태도에 실망했다. 진실 공방으로 갈 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과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는 간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비속어가 나왔다’고 했다면 아마 많은 국민이 이해하고 넘겼을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피해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떠났던 뉴욕 순방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당원 게시판 사건도 큰 틀에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 본인을 비롯해 그 가족이 실제 당원 게시판에 글을 썼는지, 썼다면 얼마나 수위 높은 글을 썼는지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에겐 말이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 사람은 실제 글을 썼느냐보다 그 문제를 대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썼냐, 안 썼냐’는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밈이 됐을 정도로 한 전 대표는 이 문제를 회피하다가 당무감사위원회가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발표 내용 조작 의혹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처다.
‘바이든-날리면’ 사태의 또 하나의 교훈은 간언하는 참모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리더도 사람인 만큼 무오류에의 집착은 화를 부른다. 당시 홍보수석의 “다시 한번 들어보십시오” 발언은 그의 흑역사로 남았다. 한 전 대표의 측근들이 ‘한동훈 팬덤’의 관리자가 아닌 정치적 참모라면 이 문제를 풀어갈 현실적 방안을 조언해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라는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돼야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 줄 최소한의 명분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구성 단계부터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많이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지금이 매듭을 풀기에 가장 빠른 때다.